폭염에 검사도 폭증… 더위·코로나와 사투 벌이는 선별진료소 가보니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14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줄 서면 최소 2시간 걸립니다!”

 

지난 14일 오후 1시40분 서울시청 앞 광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시민 120여명이 줄을 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은 시청 광장을 한 바퀴 돌아도 끝나지 않았다. 선별검사소 관계자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젖은 손수건을 목에 감았지만 이마에는 땀이 계속해서 흘러내렸고, 줄을 선 시민들의 목덜미에도 땀방울이 흥건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검사량이 폭증한 데다가 폭염까지 찾아와 현장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같은날 오후 3시30분쯤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도 시민들 50여명이 택시승강장까지 줄을 길게 늘어섰다. 현장 의료진들과 진행요원들은 잠시 말을 걸 틈조차 없이 끊임없이 검체를 채취하고, 시민들을 안내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보건소 앞 선별검사소에는 대형 선풍기 4대가 끊임없이 돌아갔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진행요원들은 정수리에 아이스팩도 올려보고, 선풍기에 등이나 목을 대고 바람을 쐐봐도 계속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막을 수 없었다. 진행요원 김모(27)씨는 “아무래도 방호복도 입고 있고 야외에 계속 있다 보니 너무 덥고 힘들지만 모두 다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몇 주 전부터 계속 코로나19 검사 돕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오늘이 유독 덥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다 확진자를 기록한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까지 올랐다. 시청 앞에서 1시간30분 동안 줄을 서 검사를 받았다는 50대 A씨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난다”면서 “나도 이렇게 힘든데 저분들(검사소 관계자들)은 통풍도 안 되고 너무 더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 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만난 봉사자 손모(48)씨는 “지금까지 350시간 가까이 봉사해왔는데 요새가 가장 사람도 많고 덥다”면서 “살 빼고 다이어트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소 소독과 점심 식사 등을 위해 잠시 검사를 중단하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도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12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역 6번 출구 앞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도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덥긴 하지만 평소 줄이 너무 길다는 얘길 듣고 점심을 일찍 먹고 줄을 미리 섰다”고 했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기다리는 시민들은 100여명 정도로 빠르게 늘었다.

 

오후 1시가 돼 검사를 시작하자 “들어오세요”, “턱 잠시만 들어주세요”라는 말만 끊임없이 반복해서 들려왔다. 냉방기기가 있었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 김모(56)씨는 “안에 계신 분들이 너무 고생이 많다”면서 “안에 바람 나오는 기기가 있긴 하지만 찬 공기가 아니라 그냥 바람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