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하늘 오른 걸까… 180㎝ 최장신 신라인 발굴

180㎝ 정도의 신장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가장 큰 신라인의 뼈(사진)가 경주 탑동 유적에서 발굴됐다. 이 신라인이 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묻힌 개뼈도 함께 나와 주목된다. 

 

1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한국문화재재단이 발굴 중인 경주 탑동 유적의 5~6세기 무덤 24기 내부에서 12기의 인골이 확인됐다. 이 중 2호 덧널무덤에서 신장 180㎝로 추정되는 남성의 인골이 나왔다. 출토 당시는 대략 175㎝로 측정됐지만 턱이 가슴 쪽을 향하도록 당겨진 상태라 실제 키는 이보다 컸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삼국시대 무덤에서 나온 남성 인골의 평균 신장은 165㎝ 정도. 신석기∼조선을 살펴봐도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1∼163㎝에 불과해 피장자는 눈에 띄게 큰 키를 가졌다. 재단 우하영 부팀장은 “170㎝가 넘는 인골이 출토된 적이 거의 없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삼국시대 피장자 중 최장신이고 보존상태 역시 거의 완벽하다”고 전했다.   

 

키가 워낙에 컸기 때문인지 피장자가 “관에 우겨넣어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인골을 살펴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김헌석 주무관은 “보통 가로로 반듯한 모양을 하는 쇄골이 V자 형으로 꺾여 있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인골의 또 다른 특징은 이른바 디스크 환자처럼 척추가 변형돼 있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노동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게 조사단의 추측이다. 이는 대부분이 토기인 부장품 중에 괭이나 삽에 쓰는 쇠붙이가 발견되었다는 점과 함게 피장자가 “귀족까지는 가지 않는 하위계층의 사람일 수 있다”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삼국시대에 무덤 조성은 대부분 귀족들이 했고, 인골이 나온 무덤의 위치가 신라 왕성인 월성에서 멀지 않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왕족은 아니어도 귀족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피장자의 양쪽 허벅지를 가로질러 눕혀 놓은 듯한 개뼈가 나온 것도 눈에 띈다. 고분에서 동물뼈가 나온 건 적지 않지만 이처럼 피장자가 동물을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인 것은 드물다. 김 주무관은 “피장자와 개의 관계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같이 묻힌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넓게 보면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한 순장의 개념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주 남천과 인접한 도당산 아래에 있는 탑동 유적은 180여 기의 무덤이 모여 있는 신라시대 중요 고분군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5∼6세기 무덤 24기와 인골 12기가 확인됐으나 180㎝ 인골을 제외하고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처럼 경주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발굴현장에서 인골이 출토되면서 이를 제대로 보존, 관리, 연구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고인골은 옛사람의 유전학·생물학 특징과 생활 환경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지만 제대로 관리하고 연구하기 위한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며 “고인골을 문화재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인골·미라 등의 처리에 필요한 사항을 명시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한 바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