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고용보험기금이 매년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이 급증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 10조9660억원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7조8301억원을 기록했다. 고용부는 코로나19 탓에 구직급여 지출이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는 69만3000명에 달했다. 고용부가 지난달 이들에게 지급한 구직급여는 1조944억원이다. 상반기 전체 구직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고인 6조4843억원을 기록했다.
구직급여를 악용하는 수급자들의 모럴 해저드도 기금 지출의 한 요인이다.
고용부는 기금지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용부는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반복해서 받아갔을 경우 이를 단계적으로 삭감할 예정이다. 세 번째 급여부터 10%를 삭감하는 등 최대 50%까지 단계적으로 줄이는 식이다. 단기 비자발적 이직자가 많아 구직급여 악용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는 고용보험료를 추가 부담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나서지 않거나 저임금으로 일하기보다 구직급여를 받는 것이 유리해 취업하지 않는 구직자에는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고용부는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지만 기금의 재정적 상황과 지속가능성을 살펴보면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세입보다 세출이 많으면 결국 보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누적되면 정부가 고용보험료율 인상안을 빼들 수 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용보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인상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19년 고용보험료율은 1.3%에서 1.6% 인상됐다.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급여의 0.8%씩을 부담 중이다. 고용부는 8월 말까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근로자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전문가는 부정수급 등에서 나오는 기금 누수를 막고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실업급여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근로자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보단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 및 재정 상태를 고려해 보험료율을 낮추거나 올리는 변동 보험료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실업급여 등 지급이 관대한 측면이 크다”며 “기금이 쓰인 사업을 전면 검토해 지출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