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 전력 사용량 급증… 두 자릿수 예비율에 당국 '비상'

전력사용량 이틀 연속 최고치
예비율 간신히 두 자릿수 지켜

한국전력, 전력혁신본부 신설
탄소중립·지속성장전략 추진
15일 서울 중구의 한 빌딩 외벽에 많은 실외기들이 붙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탓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예비율 10%가 위협받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15일 “이날 최대전력 발생 시간은 오후 4∼5시, 최대전력 8만8551㎿(전력 예비율 10.9%)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여름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일 전력사용량 8만8087㎿(10.7%)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당초 예상치는 8만9500㎿, 전력 공급예비율 9%로 예보됐으나 실제 사용량은 이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력사용량이 연이틀 최고치를 경신하자 전력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날 공급예비력은 9388㎿로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예비력이 5500㎿ 미만인 경우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된다. 비상단계 발령은 2018년 8월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올해 들어 전력 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 1월11일 9만564㎿(예비율 9.5%)가 유일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폭염이 예고된 다음주부터다.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 더 더워질 것으로 예보했다. 오는 20∼22일 사흘간 서울의 최고기온은 34도로 예상된다.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했던 14일 서울 최고 기온은 33.5도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철 최저예비율이 예상되는 7월 4째주에는 전력예비율이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30.2도를 기준으로 전망한 수치로 기온이 이보다 높을 경우 전력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전력은 이날 탄소중립 관련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신설된 전력혁신본부는 분산됐던 탄소감축 기술개발, 신재생·분산전원 확산을 위한 계통운영전략 수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 등의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이 본부 산하에는 탄소중립전략처와 지속성장전략처를 뒀다.

 

탄소중립전략처는 신재생·분산전원 확대에 대비한 전력망의 선제적 건설 및 운영체계 혁신, 탄소감축을 위한 미래기술 경쟁력 확보 등에 집중한다. 발전자회사 등 전력그룹사 간의 상승효과 극대화를 위한 협업 체제도 강화한다.

 

지속성장전략처는 전력공급 방식과 고객서비스 등 각종 제도와 절차를 혁신하는 역할을 맡는다. ESG 각 분야의 전략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도 담당하게 된다. 한전은 송·변전과 배전 기능 간의 협업 조직인 재생에너지대책실도 새롭게 설치했다. 재생에너지 계통접속 지연 해소, 망 이용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거래제도 개선 등의 현안 해결을 주도한다.

 

◆주말 소나기 뒤 불볕더위… 장마 종료 선언은 보류

 

장마철이 무색하게 전국에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15일부터 소나기가 오면서 더위가 잠시 주춤하겠지만, 다음주 중반 이후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당초 오는 20일을 전후해 장마가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남쪽에서 저기압이 북상해 현시점에서 장마 종료 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도 오후 4시 기준 서울 낮 최고기온이 34.5도, 춘천 35.4도를 기록하는 등 서쪽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이 폭염으로 들끓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중국 근처 남서쪽에서 불어 들어오는 고온다습한 공기에 일사효과가 더해진 영향이다. 기온 자체가 높은 데다 습도까지 높아 체감온도가 더욱 오른 것이다.

 

일부 지역에는 오후 한때 소나기가 내렸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우리나라 상층부를 덮고 낮 동안 일사효과로 지표 부근 공기는 따뜻해지면 강한 대기불안정이 발생한다. 낮에 대기 하층부 공기가 더워지며 소나기는 오후부터 저녁 늦은 시간 내렸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 동부, 충북 제천, 강원 홍천 등에는 한때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동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접근해 17일까지 대기불안정으로 전국 어디서든 매우 강한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나기가 천둥·번개는 물론 우박까지 동반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소용돌이를 동반하는 돌풍도 불 가능성이 높다”며 “시설물 파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8∼19일에는 강원 영동을 제외하고 전국에 다시 비 예보가 있다. 기상청은 이 비가 마지막 장맛비는 아닐 것으로 봤다. 기상청은 20일 전후 장마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종료 시기 확정을 보류했다. 18∼19일 강수 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하긴 하지만 아직 저기압이 수반된 강수 가능성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 예보분석관은 “정체전선이 더는 발달하지 않도록 북태평양고기압이 언제 우리나라에 견고하게 자리 잡을지 변동성이 있고 25일쯤 강수 가능성도 아직 남아서 장마가 종료했다고 말하기 섣부르다”며 “장마 종료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마 종료와 관계없이 21일쯤이면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한여름 무더위는 시작된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두 더운 기단이 중첩돼 폭염이 예상된다. 다만 2018년 같은 더위가 발생하려면 장기간 열기가 쌓이는 ‘지속성’이 필수 조건이라 당시처럼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기에 남쪽에서 북상하는 열대 저기압은 수시로 국지성 강수를 유발할 수 있다.

 

우 예보분석관은 “장마가 끝나도 여름은 늘 위험기상이 발생하는 계절”이라며 “폭염과 집중호우 모두 대비해야 하는 시기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