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주가 하락세, 팬덤 이코노미 ‘흔들’
1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26일 최고점(883.09달러·종가 기준)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월에는 700달러 선으로 내려앉더니 3월에는 563달러(3월8일)까지 내려앉으며 두 달도 안 돼 올해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4월 들어 700달러 선을 회복하나 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600달러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테슬라의 주가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며 ‘테슬라 족집게’로 불리는 토종 인공지능(AI) 핀테크업체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상장한 AI 기반 미국 대형주 모멘텀 상장지수펀드(ETF) AMOM(AI-인핸스드 US 라지캡 모멘텀)은 테슬라의 주가가 최고점이던 지난 1월 말 보유한 테슬라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AMOM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모멘텀 ETF에서 테슬라의 비중을 줄이는 등 향후 방출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미국의 주식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의 주식평론가인 댄 카플링어는 이달 초 “테슬라 주가가 조만간 100달러 이상 치솟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곧 데드크로스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테슬라 주가가 추세적인 약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 및 내부 인재의 이탈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영국 스코틀랜드 소재의 투자법인 ‘베일리 기포드’는 올해 1분기에 테슬라 주식 1100만주를 매각했다. 이는 테슬라 총 발행 주식의 1.2%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지난달에는 2010년 테슬라에 합류해 자동차 사업 사장 및 트럭 부문 사장 등을 지낸 제롬 길렌이 퇴사하며 2억7400만달러(약 3140억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고, 지난 4월에는 최고 법무 담당 책임자 대행을 맡던 앨 프레스콧이 회사를 떠났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투자자들의 믿음까지 허물어진다면 주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올해 초 상승장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머스크에 대한 절대적인 추종자들을 중심으로 ‘팬덤 이코노미’가 확산한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들의 시세가 줄줄이 하락하며 이 또한 반전 상황을 맞이했다. 오히려 암호화폐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는 머스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트위터 메시지에 집중하던 투자자들도 지난달 초 성인물 거래를 목표로 개발된 가상화폐 컴로켓(CumRocket)에 대한 트윗 등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머스크의 암호화폐 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톱일론’과 같은 단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경쟁업체의 대대적 반격, 독주체제 막 내리나
여러 상황이 맞물리는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연기관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테슬라는 누구보다도 앞서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며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해왔다. 최근 수년간 미래차 시장을 놓고 전기차 및 배터리 개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터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코로나19 상황 탓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계획이 현저히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친환경 정책에 다시금 힘이 실렸고, 특히 초기에는 테슬라가 관련 정부 보조금을 독식하는 등 두각을 보였다. 우리나라 등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도체 공급 이슈까지 맞물리며 국내 업체의 전기차 생산이 지연되는 틈을 놓치지 않고 테슬라는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에서 1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보조금이 ‘미국 업체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무리가 아니었다.
최근 들어 기존 차량업체들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신규 스타트업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경쟁사의 시장 진입 확대가 테슬라 주가 하락의 본질적인 요소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기아 EV6가 이달 중 출시될 예정이고, 현대 아이오닉5 등 기존에 출시된 차량의 출하도 늘어난다. 최근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이 출시됐고, 벤츠에서는 전기 콤팩트 SUV ‘더 뉴 EQA’를 선보일 계획인 만큼 테슬라의 입지가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국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 5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점유율 17%를 차지하며 11개월 만에 1위를 탈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하나금융투자 백승혜 연구원은 “지난 4월 2주간 모델 Y의 생산 중단으로 인해 지연된 물량이 5월에 집중적으로 인도되며 5월 판매량에 집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승용차협회 또한 중국 내 부정적 여론(미·중 무역분쟁 및 잔 고장 이슈 등) 확산으로 인한 테슬라의 주문량 감소 여부는 7월이나 8월이 돼야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대로 하반기 들어 테슬라의 중국 판매가 감소할 경우, BYD 등 중국의 전기차 업체 및 스타트업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과 바이든 정부를 중심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이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책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리며 기존 글로벌 업체의 공세도 갈수록 적극적이다.
포드는 2025년까지 전기차 사업에 300억달러 투자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다. 배터리 생산 금액 50억달러를 포함한 것으로, 연초에 공개한 220억달러보다 8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의 40%를 머스탱 마하-E(SUV)와 F-150(픽업트럭) 등의 전기차로 대체할 것을 선언했다. 기업 고객에게는 전기차 충전기, 자동차 위치 추적 시스템 등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다.
포드가 발표한 투자 금액 300억달러는 제너럴모터스가 발표한 270억달러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제너럴모터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폴크스바겐도 2026년까지 560억달러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폴크스바겐은 배터리 자체 생산을 발표하며 독일 노스볼트 등 유럽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한 배터리 용량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신제품을 줄줄이 선보인다. 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 모델 R1T의 이달 중 출시를 계획 중이다. 리비안은 삼성SDI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시드모터스는 첫 전기차인 루시드에어를 올해 하반기 중 생산할 예정이다. 루시드에어의 첫 모델인 드림 에디션은 9000대가 넘는 사전 예약 물량이 매진됐다. 자체 플랫폼 기반으로 LV, MPDV, 픽업트럭의 3가지 라인업을 보유한 카누는 내년쯤 이들의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2023년에는 1만5000대까지 생산량을 늘리기로 목표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