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가 등장하기 전에 영화관은 개봉관, 재개봉관, 삼봉관으로 구분됐다. 1990년대에 서울 중심가에는 개봉관이 두 개의 축에 모여 있었다. 하나는 종로3가와 충무로를 연결하는 축이었고, 다른 하나는 종로2가에서 명동으로 연결되는 축이었다. 종로3가에는 단성사, 서울극장, 피카디리, 피카소 극장이 있었고, 충무로와 퇴계로 근처에는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대한극장이 있었다. 이 축의 중간에는 청계천에 아세아극장, 을지로에는 국도극장이 있었다. 이 축이 해방 후 한국영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충무로와 연결돼 한국영화의 성장과 함께했다. 종로2가 근처에 허리우드극장·명보아트홀·시네코아, 종로1가에는 코아아트홀, 을지로에는 중앙극장, 명동에 코리아극장이 있다. 허리우드극장과 중앙극장은 비교적 오래된 극장이었고 코아아트홀과 시네코아가 나중에 개관함으로써 종로3가·충무로 축과 비교할 만한 극장가가 됐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강남의 발전과 더불어 서울 부도심의 재개봉관들이 개봉관으로 승격하고 1990년대 중반 이후 전국적인 멀티플렉스가 등장함으로써 점점 개봉관, 재개봉관, 삼봉관의 위계는 약화됐다. 서울극장, 대한극장, 명보극장, 허리우드극장은 복합상영관으로 바꾸면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나갔지만 적응하지 못한 다른 극장은 다른 멀티플렉스에 인수되거나 영업 종료 후 다른 용도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전통적인 상영관 건물은 한국영화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경험할 수 있는 문화적인 공간이 되지 못했고 철거되거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