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과의 해묵은 갈등을 타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일본대사관 고위 관계자가 국내 언론과의 면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양국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까지 겹쳐 분위기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공사 ‘부적절 발언’에 국내 분위기 악화
하지만 국내 여론의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 측 해명에도 최 차관이 이례적으로 주말인 17일 아이보시 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소마 공사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최 차관이 아이보시 대사에게 일본 정부가 재발 방지 차원에서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홋카이도 방문 중 취재진 질문에 “사안의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다”며 “주한대사가 공사에게 엄중 주의를 줬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 계속… 도쿄올림픽 계기 관계 개선 어려울 듯
일본 대사의 해명과 관계없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주한대사관 관계자가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발전 노력을 폄훼한 데 대해서는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간 추진하던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방일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일본이 정상회담 관련 협의 내용 등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양국 신경전에 이번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지도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하는 등 평화의 계기가 돼야 할 올림픽이 오히려 양국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 방일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마지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 절차상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는 19일쯤엔 결론이 나야 한다. 정부는 일단 일본의 조치를 지켜본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일본에 소마 공사의 귀임 조치 등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향후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할 계기는 당분간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선을 앞둔 한국과 총선거를 앞둔 일본 모두 국내 여론 때문에라도 관계 개선에 쏟을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