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에 이어 서울 아파트 단지에도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규제로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 허가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일찌감치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부동산114와 뉴스1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지역에서 조합을 설립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공동주택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대치 2단지(1753가구)와 성동구 금호 벽산(2921가구), 송파구 가락 쌍용 1차(2064가구) 등 33개 단지에 이른다.
노후 단지들이 몰린 강남4구는 물론이고, 용산구와 강서구 등에서도 단지들이 무더기로 추진위를 구성하는 분위기다.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한가람건영 2차(1998년 입주·2036가구)와 강촌(1997년·1001가구), 이촌 코오롱(1999년·787가구), 대우(2000년·834가구). 강서구 가양동 강변 3단지(1992년·1556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가 1990년~2000년 초반 입주한 20년 안팎의 단지라는 점도 눈에 띈다.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은 사업을 위한 최소 연한이 준공 후 15년이다. 재건축 사업의 최소 연한은 두 배 이상인 준공 후 40년이다.
업계에서는 서울 지역 공동주택 단지들이 리모델링보다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도 사업 여부가 불확실한 재건축보다, 차라리 수익성이 적더라도 일찌감치 리모델링을 추진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부동산114는 올해 1분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사업 논의에 들어간 서울 지역 공동주택 단지가 최소 18곳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금껏 재건축을 준비해온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도 "이제 슬슬 최소 연한을 충족하는 단지들은 규제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건축보다, 아예 처음부터 리모델링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사업승인이 떨어진 송파구 송파동 성지(1993년·298가구)나 용산구 이촌동 현대(1975년·653가구) 단지와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단지들의 사업 결과에 따라 서울 지역 공동주택 단지들이 대거 리모델링 시장으로 몰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 Δ남산타운(2002년·3116가구) Δ문정 시영(1989년·1316가구) Δ문정 건영(1993년·545가구 Δ길동 우성 2차(1994년·811가구) Δ신도림 우성 1·2·3차 등 7개 단지가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도 이에 대비해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리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