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홍수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독일 총선 판도도 뒤흔들 수 있을까. 기록적 폭우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녹색당이 후광효과를 보리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녹색당 총리 후보 안날레나 베어보크가 최근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데다 경쟁 후보들이 노련함과 재해 수습 능력을 앞세워 녹색당과의 차별화에 나서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당은 현 여당인 기민·기사연합(29%)이다. 녹색당은 19%로 2위, 그 뒤를 사민당(16%)이 쫓고 있다. 홍수가 나자 세 진영의 총리 후보들은 모두 피해 현장을 찾아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서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베어보크 녹색당 대표는 라셰트 대표와 대조를 이룬다. 라셰트 대표보다 20세나 어리고, 현 정부보다 더 강한 탄소중립 정책을 내세워 환경에 민감한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베어보크가 녹색당 총리 후보로 낙점된 뒤 지난 4월 말∼5월 초 녹색당은 기민·기사당을 누르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그가 출간한 책 ‘지금: 우리는 어떻게 우리나라를 새롭게 할 수 있나’가 표절 시비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녹색당은 다시 10% 포인트 뒤진 2위로 내려앉았다. 행정 경험이 없고 이번 홍수에 마땅히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점도 베어보크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런 면에서는 올라프 숄츠 사민당 후보가 유리하다. 현 재무장관이기도 한 그는 홍수 피해가 나자 3억유로(약 4000억원)가 넘는 긴급 구호지원금을 투입했고, 이번 주 안에 추가 재정지원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2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사민당)도 홍수가 나자 고무장화를 신고 진흙탕을 헤치고 다니는 모습으로 당시 지지율 1위 기민·기사당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며 “홍수 피해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누가 승기를 잡을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