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한 달간 꾸준히 상승폭을 키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름 장마와 휴가철이 겹친 7월에 접어들어서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올가을 이사철이 전세시장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1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3% 올라 3주 연속 오름폭을 키워나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하반기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을 앞둔 시점부터 강세장을 이어가다 정부의 2·4 공급대책 발표 직후 급격히 안정세를 찾았다. 하지만 6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다시 전세시장이 불안해진 상황이다. 6월 들어서는 계속 0.1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7월 조사에서는 0.11%, 0.13%로 상승폭이 커졌다. 주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년간 한 차례도 떨어지지 않고 올랐다.
전문가들은 휴가철이 지나고 올 추석을 앞둔 시점에 전세난이 정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상반기의 4분의 3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다 기존 재건축 이주 수요에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쳐 전세 품귀현상을 한층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으로 3만864가구로, 지난해(4만9411가구)보다 40% 가까이 적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전셋집에서 2년 더 눌러앉는 사람이 늘면서 1차로 전세가 줄었고,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시장이 불안해졌다”면서 “서울에는 하반기에 새로 공급되는 주택도 많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정도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가을 이사철에는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임대차보호법의 좋은 취지에도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고, 서울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주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며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청약 수요가 당첨 전까지 임대차 수요로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전세 공급 부족 상황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