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의 고통이 외면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 20대 여성이 6년 만에 용기를 내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을 고소한 가운데,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아 달라고 호소했다.
21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6년 전인 2015년 수능 시험을 막 마치고 한 옷가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업했다. 당시 대학생이 되는 A씨는 용돈과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A씨가 일하는 가게의 점장은 인근 가게의 점장인 30대 남성 B씨와 절친했고, A씨와도 친분을 맺게 됐다고.
하지만 2015년 12월의 어느 날, B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근처 모텔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와 달라”며 A씨에게 말했고, 친구들과 송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부탁을 받은 A씨는 점장의 친구가 시키는 심부름을 거절했다간 아르바이트 자리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에 음식을 사서 모텔로 향했다.
방문 밖에서 음식을 건네려던 A씨에 B씨는 “들어와서 음식을 책상에 놓으라”고 했고, B 씨의 말에 방으로 들어간 A씨는 속옷 차림의 B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후 방안에서 B씨는 A씨를 힘으로 제압하며 “내가 네 남자친구 하면 되겠네”라는 말을 한 뒤 성폭행을 했다. “왜 이러시냐, 풀어달라”는 외침도 소용없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A씨는 경찰에 신고하면 이 모든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A씨가 신고를 못하자 B씨의 범행은 이어졌다.
6개월 후 A씨는 임신까지 하게 됐다. 막막한 마음에 친구에 사실을 털어놓기도 하고 상담선생님에게 울며 전화를 하기도 했다. 상담선생님은 신고를 권유했지만,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임신중절수술 이후 성폭행은 중단됐으나 성추행은 계속됐고, 2017년 7월 A씨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 전까지 지옥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A씨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기억을 잊기 위해 수차례 정신과 상담을 했지만 기억은 더욱 선명해졌고, 공황장애를 비롯해 자해까지 하는 등 마음의 상처는 깊어졌다.
하지만 A씨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 2월 서울 관악경찰서에 B씨를 고소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5개월간 사건을 수사한 끝에 B씨를 지난 1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미성년자 간음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제라도 겨우 용기를 내어 잘못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이와 같이 끔찍한 사건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의 고통이 외면받지 않는 사회가,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