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신체를 극한 수준까지 몰아붙인다. 이런 세계 최고수가 모두 모이는 올림픽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사람의 신체란 오묘해서 감기몸살과 같은 작은 질병 하나에도 밸런스가 무너져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다. 감기도 이럴진대 목숨도 앗아갈 수 있는 백혈병이나 암 같은 병마는 어떨까. 올림픽은커녕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큰 무대에 당당히 나서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쓴 주인공들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에도 암을 극복하고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이번 도쿄 무대에 서는 선수들이 있다.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인교돈(29)은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극복한 선수다. 기대주로 주목받던 인교돈은 2014년 림프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지만,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29세의 늦은 나이에 첫 올림픽 도전에 나서는 인교돈은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어 금메달 후보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2008 베이징에 이어 도쿄에서 금메달 2연패를 노리는 야구 대표팀의 최원준(27)도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정상급 투수로 올라선 케이스다. 신일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동국대에 입학한 최원준은 대학 최고 투수로 이름을 날리며 2017년 두산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아 미지명의 아픔을 떨쳤다. 그러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2016년 10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오른 갑상선을 제거했다. 2017년에 재발 판정을 받아 12월에 왼 갑상선도 제거해야 했다. 2018년 7월 1군 데뷔전을 치른 최원준은 8월 이름을 최동현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고, 2019년 수준급 불펜요원으로 자리 잡은 뒤 2020년엔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승을 거뒀다.
올해도 7승1패 평균자책점 2.80의 성적으로 두산 토종에이스로 거듭난 최원준의 인간승리 드라마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