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수 피해 영상 삭제하고 관련 보도 축소 지시”

민심 악화 우려… 부정적 영향 줄이기 나서
지난 20일 시간당 200mm 넘는 폭우로 중국 정저우시 도심이 물에 잠긴 모습. 정저우=신화뉴시스

중국 당국이 인터넷에서 허난성 성도 정저우 폭우 피해 사진을 삭제하고, 재난 상황 보도보다 구조 장면 등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킬 것을 지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당국이 기록적인 폭우에도 지하철을 운행해 10여명이 사망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민심이 악화하는 것 등을 막기 위해 부정적인 내용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영국 가디언 등은 중국 본토 언론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정저우 홍수 피해와 관련된 글과 동영상 등이 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저우에서는 지난 20일 오후 4∼5시 1시간 동안에만 201.9㎜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폭우로 지하철 안에 갇혔던 승객 12명을 포함해 25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물에 잠긴 지하철에서 나온 뒤 의식없이 누워있는 사람들의 사진은 웨이보에서 삭제됐다. 이 사진을 공유한 이들의 게시물에는 “적대적인 외국에 의해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삭제하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 외에도 생존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 열차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들, 급류에 떠내려가는 사람들, 차량에 갖혀있는 사람 동영상 등도 삭제됐다.

웨이보에 아찔했던 지하철 피해 경험을 올린 글도 삭제되고 있다.

 

한 여성은 웨이보에 “승객들이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물이 깊어 걷기 힘들었고, 가슴까지 물이 올라오자 호흡곤란을 겪었다”며 “다른 승객들이 가족에게 전화 걸어 계좌정보 등을 알려주는 것을 보고 엄마와 ‘못나갈 수도 있겠다’고 짧게 통화한 뒤 쓰러질 것만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신선한 공기가 부족해 의식이 혼미해지다가, ‘구조 작업이 진행중’이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다시 의식을 차렸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얼마후 구조돼 이 글을 썼지만, 웨이보에서 이 글은 삭제됐다.

 

정저우의 한 변호사는 “블로그에 대피하는 지하철 승객들이 카드를 대야만 개찰구가 열리는 상황을 지적하는 내용을 올렸는데, ‘관련 부서’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삭제하라고 지시받았다”며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하철 개찰구가 열려 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또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한 본토 지역 신문사의 한 기자는 SCMP에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재난에 대한 보도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웨이보에서 ‘정저우’를 검색하면 전날까지 지하철 홍수 피해 동영상 등이 먼저 검색되거나 자주 눈에 띄었지만, 현재는 구조대 활동 모습이나, 구조 장면의 영웅적인 모습 등이 먼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