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6월 말 최종 엔트리 22명을 선발하며 오세훈, 조규성 등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온 공격수들을 빼고 이 자리를 와일드카드 황의조(29·보르도)와 송민규(22·전북) 등 새로운 자원으로 채워 넣었다. 이로써 대표팀 1, 2선 공격라인은 황의조, 송민규와 이강인(20·발렌시아), 이동준(24), 이동경(24·이상 울산) 등 상대의 높은 수비라인을 깨고 침투에 능한 선수들로 채워졌다. 우리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팀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이를 끊어내 득점을 만들어내겠다는 전술적 색깔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앞선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 강호들과의 최종 평가전에서 모두 득점이 터지며 이런 의도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꼭 필요했던 올림픽 본선 경기에서 골이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상대의 맞춤 전술에 말려들며 결국 한국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의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뉴질랜드는 스트라이커 크리스 우드(30·번리)를 제외한 전원이 수비에 치중하는 5-4-1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음에도 예상을 깨고 공세를 완전히 포기한 전형을 들고나온 것. 와일드카드 수비수 윈스턴 리드(33·웨스트햄)의 지휘 속에 190㎝ 내외의 뉴질랜드 장신 필드플레이어들이 펼치는 밀집수비에 한국은 전반에 60%가 넘는 점유율 속에서도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 그동안 뉴질랜드는 단 한 개의 슈팅 없이 우드에게 올 단 한 번의 기회를 기다렸다.
이후 한국이 뉴질랜드의 골문을 열기 위해 총공세에 나섰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더욱 거세진 밀집수비에 맞서 몸싸움 등으로 싸워줄 공격자원이 없는 아쉬움이 컸다. 결과적으로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단조로워진 한국의 공수에서의 약점을 공략한 뉴질랜드의 맞춤 전술에 무너지며 끝내 도쿄올림픽 첫 경기에 패하고 말았다. 김학범 감독도 “상대의 가운데가 열렸을 때 찔러주는 패스를 시도하라고 했는데, 그 부분이 안 됐다”면서 “오늘 경기에서 잘한 부분은 없다. 좀 더 적극성을 가지고 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당초 1승 제물로 꼽았던 뉴질랜드전의 패배로 8강행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올림픽은 조 2위 이내에 반드시 들어야만 토너먼트에 나설 기회가 주어지는 탓이다. 이에 따라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루마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