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은 23일 전염병 긴급사태선언 발령 와중에 올림픽이 개막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봤다.
교도통신은 이번 대회에 대해 “열기와 흥분에 휩싸였던 1964년과 달리, 일본 전체에 냉기가 감도는 개회식 날을 맞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매체는 코로나19 위기가 워낙 엄중한 상황이라 대회 시작의 기대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려하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됐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표류하는 제전(祭典)’이란 사설을 통해 이번 대회에 대해 “기대로 가슴이 설레야 할 때지만 코로나19에 더해 개막 직전의 식전 담당자 사임·해임 소식으로 시중에는 들뜬 감도, 축제 분위기도 없다”며 “어쨌든 대회가 무사히 끝나기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의 공통되고 솔직한 바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열과 불신 속에서 막을 여는,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이라면서 일본의 코로나19 위기 상황과 관련해 “건강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해서 (대회) 도중 중단·취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대회에 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개그 소재로 삼은 과거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킨 개회식 연출담당자 해임 사태 등 대회 조직위에서 발생한 잇단 불상사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개막 전부터 도쿄 올림픽의 가치가 손상됐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일반 여론과 달리 정권 핵심과 우익은 대회 강행 의의를 적극 강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역경을 극복하고 경기를 개최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안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이 받게 될 성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런 때에 스포츠가 웬 말이냐는 비판을 지금도 듣지만 잘못된 것”이라며 “이런 시기야말로 (올림픽 개최가) 필요하다. 스포츠의 저력을 선수들이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