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 초과 외상거래 ‘부실’ 키우는 농·수협

계속된 연체에도 18억 육류 납품
업체 ‘먹튀’에 보증 선 제3자 피해
“계약 위반 거래하고선 추심 부당”
부경양돈농협 임직원 고소 당해

전국 농·수협 유사사례 종종 적발
진주도매시장서도 외상거래 논란

경남 김해에 있는 부경양돈농협(부경양돈)이 약정 한도를 초과해 외상거래를 한 뒤, 거래대금을 거래 당사자가 아닌 담보제공인에게만 일방적으로 회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고소인 A씨와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부경양돈 축산물 공판장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7일 “부경양돈 축산물공판장 본부장과 과장이 외상거래를 규정대로 하지 않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에 이어 피고소인를 대상으로 소환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A씨는 K업체 대표의 부탁으로 2017년 자신의 토지를 제3자 담보제공으로 부경양돈에 2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이와 함께 ‘거래한도는 5억원으로, 외상거래는 10일 이내로 하며, 한 번이라도 연체 등이 있으면 금액을 축소한다’는 계약을 함께 맺었다.

A씨는 고소장에서 “부경양돈 측이 외상거래대금 연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K업체에 거래한도의 2배가 넘는 12억5000만원의 육류를 납품했고,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A씨는 한때 거래 중단을 요청했으며 이후 다시 합의를 통해 거래가 재개됐지만 한도를 초과한 거래는 되풀이됐다. 연체 중인데도 33차례에 걸쳐 거래 한도의 4배에 달하는 18억5000만원 상당의 육류가 출고됐다. 농협중앙회의 경제여신업무방법에는 약정 한도 내에서 여신 거래를 취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업체가 종적을 감춘 후 경매예고장이 오고 나서야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K업체 측이 경매로 가져간 육류와 대금을 착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부경양돈은 거래당사자에겐 대금 지급을 요청하지 않고 담보제공자에게만 ‘즉시 경매에 넘기겠다’고 협박해 연 10%가 넘는 이자로 15억440여만원을 회수해갔다”며 “남은 원금 11억원에 대해서도 다시 경매예고장을 보내며 협박하고 있어 경제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사항을 어기면서까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부경양돈의 운영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며, 내부 조사나 감사도 하지 않는 등 공공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제3자는 피해를 입고 있는데 K업체에는 추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부에서 묵인 또는 협조자가 있거나 결탁세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경양돈 측은 “내부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 김선교(경기 여주·양평) 의원실에 보낸 회신에서는 “미수금의 발생과 상환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계속거래로 정상적인 거래”라고 해명했다. 부경양돈 이모 조합장은 “비상임이어서 그런 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한도 초과 외상거래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농협 등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근 경남 진주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계약 한도를 초과하는 물품을 외상으로 공급한 뒤, 재산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회수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4년 농협중앙회 정기감사에서도 약정보다 많은 외상거래와 연체 채권 관리 소홀로 7개 조합이 적발됐다.

농협뿐 아니라 수협 등에서도 같은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중도매인 외상 한도초과 관련 회원조합 감사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도를 초과한 61건을 적발했다. 한도초과 외상거래는 조합의 부실채권으로 이어져 손실을 초래한다.

세계일보는 부경양돈 등의 한도 초과 외상거래 이유와 대책 등을 듣기 위해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