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며 4차 대유행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미국 신규 확진자는 11만879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까지도 하루 1만명대에 그쳤는데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지난 2월11일 이후 5개월여 만에 10만명대에 재진입했다. 뉴욕타임스는 자체 집계를 통해 24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5만1209명으로 전주 대비 172% 증가했으며 입원 환자는 57%, 사망자는 19% 각각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백신 접종 건수가 25만여건에 그치는 등 접종 속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정치적 양극화가 접종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2019년 캐나다 총선에서 중도좌파 자유당을 찍은 이들의 85%가 최소 1차례 백신을 맞아 진보 성향 신민주당(84%), 보수당(69%) 투표자와 격차가 작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들은 80% 넘게 백신을 접종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접종률은 52%에 그쳤다. 두 달 전만 해도 접종 완료율이 5% 미만이었던 캐나다가 지금은 54%로 미국(49%)을 뛰어넘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내 4차 재확산의 중심지로 플로리다·텍사스·미주리 3개주가 꼽힌다. 모두 트럼프 승리 지역이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3개 주에서 전체 확진자의 40%가 나왔다”며 “2주 연속으로 확진자 5명 중 1명이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한편 화이자 백신 2억회분을 추가 구매했다. 부스터샷(추가 접종) 및 12세 미만 어린이 접종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ABC뉴스는 최근 뉴욕 외곽 컬럼비아카운티에서 열린 여름 캠프에 참가한 550명 중 백신 미접종 연령대인 7∼11살 어린이 3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백신 접종자에게만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허가하는 백신 인센티브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주말 새 주요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열리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