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내년 대선 이후 야당인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하면서 지지층은 물론 당내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기로 한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등 원 구성 합의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윤 원내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사위가 동물국회, 식물국회 수단으로 쓰이지 않고 본연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이 법사위, 야당이 예결위를 맡는 분배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는 대신 법사위에 오른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체계 및 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법사위 기능도 체계·자구 심사로 한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키로 했다. 야당 법사위원장의 ‘발목 잡기’로 인한 법안 처리 지연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조치에도 당 안팎의 비난여론이 거세다. 당원들은 법사위 양보로 입법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여권 인사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결정 번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 주자인 이재명 예비후보도 지난 24일 페이스북에서 “오늘 새벽부터 전화벨에 문자메시지가 쏟아져 스마트폰으로 도저히 업무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법사위를 야당으로 넘기지 말게 해 달라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카페 단톡방에서 선동해 문자 폭탄 보내고 업무 방해와 수면 방해를 하면 하던 일도 못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관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실망과 좌절감이 크다”며 “이러한 합의 정신에 제발 제가 모르는 기발한 정치적인 속셈이라도 있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죄송한 마음을 개혁 의지와 추진력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