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향신문이 7년 전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윤경희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장이 서울시의 기억공간 철거 시한(26일)을 하루 앞두고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려고 한다면 몸으로라도 막겠다”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윤 부장은 “이곳에서 촛불이 시작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태안 해병대 캠프 사건, 제천 화재, 춘천 산사태 등 사회적 재난, 참사 피해자들도 이곳에서 연대했다”며 “이곳은 ‘세월호 이전과는 다른 사회’를 만들겠다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곳에서는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유가족과 세월호 관련 단체의 현장 농성이 사흘째 이어졌다. 팔토시에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를 낀 시민들도 기억공간을 찾아 피켓을 들었다. 피켓팅을 위해 대기 중인 시민들이 많아지자 차양막이 설치됐다.
피케팅 중이던 A씨는 경향신문에 “4·16연대 페이스북에서 철거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두 시간씩 피켓팅을 할 것”이라며 “아직도 진상 규명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시민과 유가족에게 위안이 됐던 상징적인 공간을 없앤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유족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응한 B씨는 “아직 원인 규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행정적 변화가 있다고 공간을 없애겠다는 것은 유가족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행정상 필요가 있으면 대화로 방법을 찾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많은 시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도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만든 곳인데 철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예고한대로 26일 철거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시 관계자 6명은 이날 오전 10시12분쯤 기억공간을 방문해 물품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기억공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까지만 존치하고, 이후 이전 계획은 없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물리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불가피하면 (쓸 수도 있다). 유가족 측과 협상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광화문광장을 공사하는 동안 기억공간을 이전했다가 재설치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며 반발했다. 40분가량 이어진 대치는 고성이 나오는 등 유족 측 감정이 격앙되자 서울시 관계자들이 철수하며 종료됐다. 이에 서울시가 26일 철거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