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목마르다. 물을 달라, 물을 달라!”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에선 목마름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몇 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여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지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 거리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3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반정부 성향의 매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15일 이후 약 열흘간 10명이 숨지고 102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물 부족이 심화한 건 정책 실패도 작용했다고 말한다. 이란의 유명한 경제학자 사데그 알후세이니는 최근 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정부가 각종 보조금으로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전기 낭비, 물 낭비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요금을 인상하기도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때부터 부과된 고강도 경제 제재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까지 덮친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올리는 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란에서는 2019년 11월 휘발유 가격 50% 인상을 단행했다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300여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물 시위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 22일 이례적으로 “그간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료들의 노력이 미약했다”며 “이른 시일 안에 후제스탄 단수 문제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곧 취임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당선자는 저항 세력에 무자비하기로 유명하다”며 “그가 물 부족이라는 원초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일반 시민들의 불만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쏠린다”고 전했다.
물 시위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후위기가 심해지면서 가뭄은 더 이상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서부 지역은 수백만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고 캐나다와 러시아, 호주 등지에서도 가뭄과 이로 인한 산불이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건조한 지역과 습윤한 지역, 건기와 우기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