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 도쿄올림픽에 불러온 ‘나비효과’는 비단 대회가 1년 미뤄진 것만이 아니었다. 한국 선수단 내 세계랭킹 1위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선수들의 낙마도 불러왔다. 도쿄는 세계랭킹마저 허수로 만드는 코로나19의 위력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 무대다.
세계랭킹은 국제대회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둬 쌓는 포인트로 결정된다. 세계랭킹 1위가 반드시 세계 최고임을 의미하진 않아도 일정 기간 국제대회에서 정상급 기량을 펼쳤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물론 일부 선수 중에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술 노출을 막기 위해 국제대회 참가를 꺼리는 선수들도 있다. 일본 유도의 ‘에이스’ 오노 쇼헤이가 대표적인 예다. 오노의 세계랭킹 13위이지만, 누구나 그를 명실상부 73kg급의 최강자로 꼽곤 한다.
1년이 미뤄져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오상욱은 8강에서 주저앉았고, 이대훈은 첫 경기에서 패했다. 첫 경기 맞상대였던 울루그벡 라시토프가 결승에 가면서 패자부활에 성공해 3승을 거두면 동메달이 가능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석패했다. 그리고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장준은 동메달을 따내긴 했지만, 그가 동메달 결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기량을 고려하면 4강전에서의 패배가 너무나 아쉬웠다.
장준은 “코로나19로 국제대회가 줄어 경기 감각이 무뎌진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고, 이대훈도 “최근 경기를 많이 뛰지 않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컸다. 경기에서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다”며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스포츠에서 ‘만약’은 없다지만, 코로나19가 터지지 않고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2020년에 열렸다면 어땠을까. 이들이 허수가 아닌 진짜 세계랭킹 1위로써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면 결과는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