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기술품질원이 올해 창설 40주년을 맞이했다. 기품원은 지난 1981년 창설된 이래 우리 군이 쓰는 무기체계와 장비의 품질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기관이 아니지만, 전투와 훈련에 나서는 장병들에게는 중요한 기관으로 인식된다.
지난 4월 취임한 허건영 기품원 원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런 면을 강조했다. 허 원장은 “군수품의 질과 신뢰성을 더욱 높이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런 노력이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물론 우리 군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와 육군, 합동참모본부 등에서 30여년 복무한 예비역 장군인 허 원장은 “국방 분야에서 품질은 물과 같다”며 “목이 마를 때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처럼, 무기의 품질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전쟁터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전화와 이메일 형식의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군 장비의 품질 관련 업무는 생산이나 유지보수 단계에서 주로 적용됐던 개념이었다.
“수질을 개선하려면 강 하류의 수질 관리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상류의 수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무기체계를 비롯한 군수품 품질 관리도 마찬가지다. 수명주기의 첫 단추인 연구개발 단계서부터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품원에서는 각 사업별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 단계 품질관리 업무를 위해 품질관리지원팀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선 부대에서 발생한 문제를 분석해 개선사항을 신무기 설계에 반영하는 업무도 수행 중이다. 그밖에도 기존 육해공군 무기와 더불어 우주무기 개발에 대한 품질관리를 확대하는 등 업무 범위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장비를 운용하는 일선 부대에 대한 지원도 중요한 업무이다. 현재의 현안은 무엇인가.
“일선 부대에서 운용하는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지원을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전투력이 유지된다. 현장 중심의 능동적인 기술지원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군근접지원반을 신설해 지난 2월 강원 인제군 국방종합시험단에 동부지역사무소를 뒀으며, 서부지역사무소도 설치할 예정이다. 야전에서 운용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의 협의체를 통해 운영유지와 정비 등과 관련된 자세한 분석결과를 제공하려 한다.”
─자료와 무기에 관한 분석 결과는 신뢰도가 핵심으로 보인다.
“그렇다. 군에서 사용하는 첨단 무기에 장착되는 부품의 신뢰성 확보는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정밀유도무기인 미사일 부품 시험평가를 위한 미사일 부품 시험동과 광학전자부품 시험동을 202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 시설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군수품 신뢰성 평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품원의 노력이 현장에서 실행된 사례가 있다면.
“육군의 K200A1 장갑차는 기온이 낮은 겨울이면 바닥에 오일에 고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가 최근 4년 동안에만 260여 건 발생할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였다. 군과 제작업체(한화디펜스)에서 자체 조사를 해도 근본 문제를 찾지 못했는데, 우리의 분석 결과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유압모터 내부의 회전축이 흔들리면서 누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동, 충격, 온도를 감안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해서 얻은 결과를 적용해 누유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2019년 10월 국방규격을 변경했으며, 현재는 개선된 제품이 군에 보급되고 있다. 문제 해결에 따른 절감 효과는 연간 4억7000만원으로 분석됐다.”
─군사장비의 부품이 단종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그런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기품원은 2015년 부품단종관리 전문연구기관으로 지정했다. 각 군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부품 단종에 대비한 국방부의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주요 군사장비와 관련된 부품 단종품목을 해마다 조사·분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부품단종관리 정보체계를 구축하고, 부품 단종 정보를 데이터화해 각 군과 방산업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부품 단종 문제 해결 등 그간의 성과를 개략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품원은 2016년부터 국방규격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민간의 우수한 기술을 도입하고, 예전의 사업 성과를 분석해 향후 사업에 적용할 개선사항을 찾아내고 있다. 그 결과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0만9332건에 달하는 항목을 현실화했으며, 같은 기간 602건의 품질개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올해로 창설 40주년을 맞았다. 변곡점이 있었다면 언제인가.
“변곡점 시기로 2006년을 꼽고 싶다. 그해를 기해 우리 기관의 위상이 격상됐다. 당시 기품원의 비전이 ‘방위산업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그 시작과 끝에 해당하는 국방기술기획·품질관리 업무를 모두 담당하게 됐다. 지난 1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태동은 두 번째 변곡점이다. 기품원 부설기관이지만 인사와 예산 측면에서 독립성을 갖는 조직이다. 15년 만에 찾아온 변화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품원의 모습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 셈이다.”
─지난 4월 취임 당시 교류와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내·외부와의 소통 강화를 강조한 입장 표명이었다. 내부적으로 소통이 잘되는 조직이 단합도 되고 훨씬 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외부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품원이 해줄 수 있는 것을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를 만들겠다. 서로를 이해하면 신뢰가 쌓이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분 좋게 성과 있게 할 수 있다. 소통은 조직 발전의 기반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것을 갖지 못한 조직, 반대로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조직과의 교류를 늘리고 협력해서 더 높은 능력을 발휘할 기반을 쌓아 기품원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교류와 소통 강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
“교류와 소통은 대외 관계,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 기품원이 하는 역할이나 가진 역량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주도적인 역할도 할 것이다. 학술활동, 교육지원, 인적 교류 등을 강화하고 있다. 변화가 누적되면 국가안보에 공헌하면서 방위산업을 통한 국가 경제 발전에도 더 기여할 것이며, 이는 기품원의 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관 내부적으로 미래와 역할에 대한 고민도 클 듯하다.
“더 우수한 무기나 장비를 군이 가질 수 있도록 개발자와 생산자에게도 더 많은 것을 조언하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기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것이 전장에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각 군의 요구에 부합하는 품질을 보장해 줄 수 있다. 그러한 수준의 기술적 관여, 운용자 관점에서의 관여가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높이고 역할을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