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지난 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0.7% 성장했다. 한국은행은 그간 계속돼 온 코로나19 ‘학습효과’로 4차 대유행에도 경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연간 4%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4차 대유행이 얼마나 지속할지, 또 그 여파가 얼마나 될지가 4%대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이 0.7%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2분기는 수출이 자동차, LCD를 중심으로 2% 감소하고, 수입은 1차금속제품과 화학제품 등이 늘며 2.8% 증가했지만, 준내구재(의류 등)와 서비스(오락문화·음식숙박 등)를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3.5% 늘어난 데 힘입어 상승곡선을 유지했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9% 증가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한은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기존 1∼3차 대유행 때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있지만 올해 4%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당초 성장 전망 경로에 부합하고 있다. 상반기만 보면 성장률이 3.9%로 애초 전망(3.7%)보다 높게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따라 향후 경로가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확진자 수가 과거보다 많이 늘었지만, 학습효과 때문에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작아지고 음식 숙박, 오락 문화 등 특정 부분에 집중돼 있다”고 긍정론을 폈다.
실제 한은의 뉴스심리지수를 살펴보면, 1차 대유행 시점인 지난해 3월3일에는 83.68까지 떨어졌고, 2차 대유행 정점인 같은 해 8월26일에는 106.09를 기록했으나 올해 7월19일에는 122.63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스심리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경제 뉴스에 긍정, 100 미만이면 부정 문장이 더 많다는 의미로, 실제 경제 상황과 비슷한 패턴을 그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이날 IMF는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4.3%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 전망치(4.2%)보다 높을 뿐 아니라 주요 기관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 성장률 조정폭은 선진국 평균(0.5%포인트)보다 높고, G7 국가 중에는 영국(1.7%포인트), 캐나다(1.3%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그럼에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백신 보급이 원활하지 않고 코로나19 변이 확산이 만만치 않다”면서 “한은의 낙관론은 희망수치일 뿐으로, (올해 4% 성장은) 어려울 거라고 본다. 미국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데,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받쳐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상황이 나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4% 달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부진하거나 내수가 위축되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거나 조세감면을 통해 성장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해 4% 이상 성장경로를 이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탄탄한 경기회복 흐름과 큰 폭의 내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