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결국 서울시의회로 임시이전

유족 “시의회서 향후 재설치 노력”
市 “광장 기능 해치지 않는 범위서
유족 아픔 기릴 수 있는 방안 검토”
광화문서 물품 옮기는 유족들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조형물을 옮기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따라 세월호 기억공간은 이날 서울시의회 야외 공간으로 임시 이전했다. 남정탁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던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만 7년 만에 자리를 떠난다. 철거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던 세월호 유족 측이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키로 합의하면서다. 유족들은 직접 기억공간 내 물품을 정리해 시의회로 옮기며 다시 한 번 서울시에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된 것은 참사 3개월 만인 2014년 7월 무렵이다. 이때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천막과 분향소 등이 설치됐고, 이는 약 5년 뒤 지금의 기억공간을 설치하기로 하며 철거됐다. 천막의 절반 규모인 79.98㎡의 공간에 2개의 전시실과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으로 구성된 기억공간은 2019년 4월 12일 문을 열었다.



기억공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정을 고려해 2019년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지만 재구조화 사업이 여러 번 지연되며 운영을 이어가다 지난 4월 18일로 종료됐다. 그러나 이전할 공간을 찾지 못해 현재까지 광장에 그대로 있었다. 서울시는 올해 들어 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기억공간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지난 5일 유족 측에 이를 통보했다.

유족들은 서울시가 밝힌 철거 예정 시한인 26일까지 기억공간 내 기록물 이관 등을 거부하며 대치를 이어가다 가족협의회 회의를 통해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는 중재안에 따르기로 했다. 세월호 유족단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공간 내 전시물과 기록물을 가족들이 직접 정리해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옮겨 임시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임시 이전 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정한 것에 대해 “시의회가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참사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 열망을 담기 위한 프로그램 및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의회 차원의 노력을 할 점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곧 철거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가족의 결정에 감사를 표하며 “세월호 기억공간의 존치나 철거 후 재설치보다는 광화문광장의 온전한 기능 회복을 원하는 시민 다수의 확인된 의견에 부합하는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광화문광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