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실무자 간 소통 먼저… 정상 간 접촉 업그레이드 타진

文 임기 내 4차 남북정상회담 열리나

통신선 복원 외 진전된 논의 없어
신중한 靑 “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남북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수순
이산상봉·방역협력 등 논의 거론

북한·미국 둘 다 기존 입장 고수
남북대화만으로 상황변화 미지수
2018년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남북 통신연락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제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신중한 기류를 유지하고 있고, 남북 사이에도 현재까지는 통신연락선 복원 외에는 진전된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회담만 추진할 요인은 많지 않은 가운데 우리 정부는 조심스럽게 대화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중한 청와대…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둬



정부는 북한과 실무급에서 안정적으로 대화할 환경을 복원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28일 외신이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남북 당국이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는 박경미 대변인 명의로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청와대가 향후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까지 닫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지금은 조심스럽게 남북관계가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섣부르게 앞서가다가 어렵게 마련된 전기를 놓치게 될까 우려해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하나의 ‘징검다리’”라며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도달과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부는 일단 북한과 실무 차원의 소통 복원 절차에 들어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대화가 오랫동안 정체된 만큼 대화를 복원해 가는 일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우선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때문에 국경을 걸어 잠근 만큼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첫 과제다. 정부는 지난 4월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4억원 예산을 들여 영상회의실을 구축했다. 북한도 국제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전례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먼저 당국자 간 화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으로, 실무급·고위급 대화를 거쳐 정상회담까지 연결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수석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어제(통신선 복원)는 어떻게 보면 가장 낮은 단계의 출발”이라며 “남북 간 풀어야 할 현안이나 미래 과제를 포함해 복원된 채널을 통해서 조금 더 진전된 대화의 수단을 통해 문제들을 논의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코로나19 관련 보건·방역협력, 9·19 군사합의에 따른 협력사업 등이 현안으로 거론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 참가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바뀐 것 없는 환경… 북·미 대화 가능할까

통신선 복원만으로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요구했던 ‘적대시 정책 철회’, 즉 안전보장이나 제재 해제와 관련된 의제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에서 통신선 연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일반 북한 주민들에 공개되는데, 앞서서 알렸다가 성과가 없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전국노병대회에서 지난해와 달리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를 언급하지 않고 남북 및 대미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을 삼갔다.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통일부 연락대표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울사무실에서 직통전화로 북한 측과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지금까지의 북한의 태도를 보면 남북관계는 북·미 대화의 진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이번 통신선 연결에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만남 자체에 인센티브를 걸지 않겠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대화 진전은 북·미 대화 진전에 촉진 요인”이라면서도 “현재로선 북한과 미국 모두 입장에 변화가 없고, 내달 연합훈련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외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중 무역이 이르면 8월 재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북·중 무역은 상반기부터 꾸준히 재개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실제 가동은 포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