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바비 코틱 최고경영자(CEO)가 사내 성차별·성희롱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코틱 CEO는 직원, 투자자 등에 보내는 서한에서 ‘음치(tone deaf)’라는 표현을 쓰며 회사가 젠더 문제에 무감각했음을 인정했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날 오후 코틱 CEO는 직원, 투자자, 대중에게 회사의 쇄신을 약속하는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힘들고, 속상한 한 주였다”며 “목소리를 내준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더 경청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최근 드러난 성차별·성희롱 문제에서 블리자드의 초기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사의 대응을 ‘음치’에 비유하며 사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음을 실토했다. 성차별·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보복을 당하는 등 피해를 보지 않도록 내부 정책도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이달 20일 블리자드는 성차별 및 성희롱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 기관으로부터 피소됐다.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DFEH)은 블리자드가 여성 직원에 대해 차별적 대우와 지속적인 성희롱을 이어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직원 중 20%를 차지하는 여성 직원은 2년간 승진, 보수 등 인사 전반에서 불이익을 당했다. 경영진은 이 같은 사태를 방관했다. 조직 문화도 지적됐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서 남자 직원들이 여직원들을 성희롱하고, 음담패설이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일명 ‘프랫보이(Frat boy)’ 직장 문화로 언급됐는데 프랫보이는 방탕한 남자 대학생을 뜻한다.
회사는 피소 뒤 “고소장에 쓰인 대부분 내용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전·현직 직원 2000여 명은 회사의 대응이 잘못됐다며 공동성명을 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폭로가 이어졌다.
코틱 CEO는 편지에서 종전의 회사 대응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적절한 공감과 이해가 없었던 점을 사과한다”며 “안전하고 편안한 근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조직 문화와 인사 정책을 쇄신하기 위해 법무법인 윌머헤일에 개선된 정책을 검토하도록 맡겼다고 밝혔다. 코틱 CEO는 “직원이 잘못된 점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제3자가 중재하는 부서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