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등장한 가운데 일부 친문(親文·친 문재인) 지지자 사이에서 열광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 관련해 국민의힘 일각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29일 페이스북에 “바로 옆 건물에 스피커를 달아서 이재명 지사의 형수 욕설을 계속 틀고 벽에 여배우 스캔들 풍자하는 벽화를 그리면 뭐라 할까”라며 “야당 지지자들은 그따위 추잡하고 더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부총리가 얼토당토않은 ‘공유지의 비극’으로 국민들 열불나게 하더니, 윤석열을 비난하는 친문 인사는 종로 한복판에 억지스러운 ‘사유지의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본인 건물이니 무슨 그림이든 자유라겠지만, 야권 제1주자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잡스런 풍문을 기정사실화해서 벽화를 그려 불특정 대중에게 특정 후보를 정치적으로 비방하는 행위는 사유지의 권리를 넘어 정치적 ‘횡포’이자 ‘만행’”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실장은 벽화 제작을 의뢰했다고 알려진 서점 대표를 언급하며 “확인되지도 않은 헛소리를 시내 한복판에서 무책임하게 떠벌이는 쥴리 벽화 사장님을 보니, 그 옛날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이라며 한미 FTA 반대를 외쳤던 광화문의 집단시위가 떠오른다”고도 했다. 그는 “쥴리 벽화를 내거는 사람이나 이에 열광하며 성지순례 운운하는 자들이나, 최소한의 정치적 예의와 품격마저 갖추지 못한 수준 이하의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층)들일 것”이라면서 “광우병 파동이나 쥴리 벽화나 모두 근거 없는 정치적 선동의 최고봉들이다. 한심함의 극치”라며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유력 대권 주자 배우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해도 되나? 정치가 희화화되는 만큼 후진적 정치로 질 낮은 정치인이 득세하게 되고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결국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저질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치인이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건물 옆 벽면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와 함께 ‘2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는 글이 적혔다. 또 다른 벽화에는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쥴리’는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유흥주점 접객원으로 일했다는 루머에 나오는 이름이다. 벽화에 나열된 이름들은 윤 전 총장을 비방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중 문건들에서 김씨와 연관된 남성으로 거론된 인물들이다.
해당 벽화는 지난달 이 건물에 새로 입주한 한 중고서점 대표가 의뢰해 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해당 벽화를 두고 “표현의 자유”라는 반응과 “명예훼손”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문 지지자들은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 등 친문 성향 커뮤니티에서 “뱅크시 아티스트급 명작”, “존경한다”, “용자(용감한 사람)다”, “성지순례 가겠다” 등 댓글을 달아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