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수요 급증에… 美 아메리칸항공 승무원·조종사 “잘 데가 없다”

7월 셋째 주 미 호텔 객실 점유율 71%… 2019년 10월 이후 최고
승무원·조종사 “호텔 제때 못 찾아 공항서 노숙”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에서 28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미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노동조합(노조)이 폭증하는 호텔 수요 탓에 “잘 곳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아메리칸항공 노조는 갑작스러운 비행 취소 시 회사로부터 호텔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여름 호텔 수요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줄리 헤드릭 아메리칸항공 노조위원장은 성명에서 “승무원들이 호텔 프론트와 통화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호텔을 제때 찾지 못해 공항에서 노숙하는 승무원들이 생기고 있고, 이 같은 사태가 근로 환경에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다. 에릭 퍼거슨 전미조종사협회 회장도 “호텔, 리무진 부족으로 경유 시 조종사들의 근로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아메리칸항공 측은 문제를 파악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은 “아메리칸항공은 근로자들이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그들의 돌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과 노조 관계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올여름 호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호텔 데이터 전문업체 STR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미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71%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요를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행 수요 증가는 항공사에도 희소식이지만, 지난해 인력을 대폭 줄인 영향으로 인력 운용이 원활치 않은 모습이다. 항공사들은 휴직에 들어갔던 조종사들을 급하게 재교육하고, 지상직 승무원들을 다시 고용하기 시작했다. 교육과 채용에 자원이 투입되다 보니 악천후 시 승무원과 조종사들이 묵을 호텔을 찾는 데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아메리칸항공 노조는 승무원과 조종사들의 근로 여건이 전보다 더 열악해졌다고 증언했다. 사측이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비행 스케줄이 끊임없이 유동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경유나 비행이 취소될 때 호텔을 찾지 못하는 문제는 비단 아메리칸항공뿐만이 아닌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들도 겪는 총체적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