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9일 첫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를 개최하며 ‘8월 경선버스’ 출발을 위한 예열에 나섰다. ‘100% 여론조사’ 컷오프 룰에 대한 우려와 ‘후보 도덕성 검증위원회 도입’ 제안 등 장외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경선룰을 둘러싼 샅바 싸움도 본격 시작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8월 말 경선 일정 시작을 못박으며 당 밖의 윤 전 총장을 향해 입당 결단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경선 후보 간담회에서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경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반영됐으면 하는 것들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음달 30일 당 경선 버스가 출발하면 국민의 관심이 우리 당으로 향해서 즐겁고 시너지 나는 경선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앞서 밝힌 다음달 30∼31일 경선 후보 접수, 9월 15일 1차 컷오프(예비경선) 일정을 이 대표가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경선 후보 간담회에는 홍준표·박진·김태호·하태경·윤희숙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유승민·안상수 전 의원,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11명의 후보가 참석했다. 경선 후보 간담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격주에 한 번씩 계속 열릴 예정이다.
이날 경선 후보들은 정책·비전을 중심으로 건설적인 경선의 장을 만들자고 한목소리로 말했지만, 야권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견제구도 적지 않았다. 안상수 전 의원은 “여론은 출렁거리기 마련이다. 30만 당원을 존중하지 않는 경선은 옳지 않다”며 당의 100% 여론조사 도입 결정을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반문·정권심판만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반문 정서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 전 총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2007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 과정을 언급하며 “당시 당에서 후보 도덕성 검증위원회를 만들어서 후보를 불러 검증했다. 치열하게 하고 나니까 그 끝에 본선에서 이기기 쉬웠다”며 “본선에 맞춰 경선룰을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전 원장은 “정책과 비전·미래를 논의하는 경선이 돼야 한다”며 경선룰에 대해서는 “당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경선룰을 둘러싼 논의도 추가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준위에서 가안으로 만들어서 이야기한 1차 컷오프 룰 관련해서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역선택 방지는 컷오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00% 여론조사 골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역선택 방지 조항은 도입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경준위는 100% 여론조사의 취지를 살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이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수정을 지시했다. 100% 여론조사는 당내 지지세가 약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국민의힘 지지층 표심이 주로 반영될 경우 당내 지지세가 강한 기존 후보들이 이점을 가질 수 있다.
한편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건물 옆면에 그려진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에 대해 윤 전 총장 측과 경선 후보들 모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가 새겨진 벽화에는 정치권과 일부 유튜버들이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가명으로 일하다가 윤 전 총장과 만났다는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대표는 “벽화를 바탕으로 한 조롱·음해 행위는 많은 분이 손가락질할 것”이라며 “성숙한 시민문화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법률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흥접대부설과 불륜설은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며 “윤 전 총장의 배우자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성 비방’을 일삼고, 근거 없는 유흥접대부설, 불륜설을 퍼뜨린 관련자 10명을 일괄 고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