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열심히 일하고 대출받아서 산 집인데 누구는 싸게 들어오면 열 받는 게 당연하지. 돈 없으면 억지로 서울 신축 들어오지 말고 수준에 맞는 곳에 살아라.”
최근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이 이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하는 ‘소셜믹스’를 다룬 뉴스 등에서는 “왜 임대 아파트를 고급단지에 짓게 하느냐. 차별이 있더라도 좋은 단지 신축 사니까 감내해야 한다”는 식의 공공임대 입주민을 비하하는 댓글이 흔하다. 마치 입지가 좋고 비싼 서울 신축 아파트에 임대주택이 억지로 들어오는 것이란 인식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임대주택 혐오 논리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 29일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국민임대·장기전세주택·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경우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층 연면적의 비율)을 300%까지 올릴 수 있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연면적이 많아져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데, 임대주택을 지으면 일종의 인센티브를 받는 셈이다. 현재 서울에서 공동주택 등을 건축할 때 용적률은 250%로 제한돼 있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과 일원동 일대 재건축단지 아파트 다수가 임대주택을 확보해 법정 상한에 근접하게 용적률을 높였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받더라도 용적률을 높이는 게 수요 증가 측면에서나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게 조합원들의 생각”이라면서 “용적률 높이고 임대주택을 받는 건 아주 통상적인 경우”라고 했다.
이처럼 재건축단지의 임대주택 확보는 선택사항이다. 실제로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포기하고 임대주택을 짓지 않은 사례도 있다. 경기 과천 도심 12개 재건축단지가 그렇다.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도입됐던 재건축사업의 임대주택 건립 의무화는 2009년 이명박정부에서 폐지됐다.
소셜믹스는 용적률 인센티브 등으로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윈윈’ 방식임에도 실제 입주 후 분양세대와 임대세대 간 차별로 논란이 돼왔다. 임대 가구를 저층에, 분양 가구를 고층에 배치하고 입구·엘리베이터·비상계단 등을 분리하거나 임대주택 동을 분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아예 외관을 다르게 만들거나 외벽 색깔을 다르게 칠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정부는 분양과 임대세대를 차별할 수 없도록 공공임대 세대를 무작위 추첨방식으로 선정하는 등 완전한 소셜믹스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논리로 임대주택과 입주민들을 비난하거나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임대주택은 공원이나 도로처럼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급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그런 이유”라면서 “재건축 조합원들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재건축하기 전 모두 동의한 사항이므로 억지로 들어간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주거복지 차원에서나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도 소셜믹스는 당연히 필요한 정책”이라며 “집값이 비싼 지역이라고 해서 특정 집단의 사람만 살아야 한다는 논리는 잘못됐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체성과 다른 집단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