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동아시아 축구는 세계 무대에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유망주 두 명을 발굴해냈다. 한국의 이강인(20)과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20)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최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강인은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자리를 못 잡고 있고, 구보는 아예 원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가 아닌 중하위권 팀을 임대로 전전하는 탓이다. 이런 두 선수에게 2020 도쿄올림픽은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소중한 기회다. 그렇기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의무차출 대회가 아님에도 주저 없이 올림픽에 도전장을 던졌고, 덕분에 두 유망주를 간접적으로나마 비교할 기회가 생겼다.
이런 이강인과 구보의 초반 대결은 막상막하다. 두 선수 모두 조별리그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보는 1-0으로 승리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데 이어 멕시코, 프랑스전에서 모두 득점을 생산했다. 일본은 구보의 활약에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더해 3전 3승 A조 1위로 조별리그를 가볍게 통과했다.
하지만 루마니아, 온두라스전에서 그의 활용법이 바뀌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전반 강력한 압박축구로 상대를 몰아붙인 뒤 후반 들어 ‘KO 펀치’를 날리는 결전 병기로 이강인의 역할을 변경했고, 후반 교체로 나선 그는 놀라운 골 세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루마니아전에서는 멀티골로 4-0 완승을 이끌었고, 역시 6-0 대승을 거둔 온두라스전에서도 시원한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터뜨렸다. 이로써 3경기 3골로 구보와 같은 득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유연하고 침착한 드리블로 공을 잡을 때마다 상대 수비를 붕괴시키는 등 경기에서의 영향력도 입증해 보이며 구보와의 재능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두 유망주의 대결은 앞으로도 간접적으로만 이어지게 된다. 당초 양국 중 하나가 조 2위가 돼 8강에서 한일전 성사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들의 맹활약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 조 1위로 토너먼트에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31일 A조 2위 멕시코, 일본은 B조 2위 뉴질랜드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이 경기들과 이후 이어질 4강 등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얼마나 팀을 더 생존시키느냐로 이강인과 구보의 재능 우위가 결정 나게 됐다.
이강인과 구보의 직접 맞대결은 결승 또는 3∼4위전이 돼서야 비로소 성사된다. 둘의 맞대결이라는 흥미진진한 장면을 보려면 축구팬들은 슈퍼유망주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한·일 양국이 선전하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