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데엔 최근 지지율 흐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국민의힘 입당 시그널’을 강하게 내면서 최근 이어졌던 지지율 하락세가 멈춘 게 결심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입당 기자회견에서 “당적을 가진 신분으로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월29일 대권 도전 선언 직후만 해도 “외연 확장을 위해 당 밖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신인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당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 측면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정치에 참여하기 전에는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이 강했지만 (이후에는)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저도 나름대로 냉정하게 판단해서 고칠 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검사가 부족한 걸 인정하는 것은 상상이 안 되는 일이고 (윤 전 총장이) 그런 성격도 아니었다. (정치인으로서) 부족한 걸 인정하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제1야당 밖에서도 세몰이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지난 한 달간 한계를 체감하며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치러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아내 김건희씨를 겨냥한 ‘쥴리 논란’ 등에 대해 제1야당의 보호가 두터워지고 국가운영 철학과 정책 등에서 국민의힘과 궤를 맞추며 안정감을 줄 수 있게 됐지만,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한 홍준표 의원 등 당내 주자들의 견제와 혹독한 검증 과정을 돌파해야 한다.
전날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에서 김태호 의원은 윤 전 총장 입당 촉구 성명으로 불거진 ‘계파 논란’을 겨냥해 “우리가 계파정치로 망한 경험이 있는데 다시 계파정치 부활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가족리스크를 들어 “수신제가도 못한 사람이 치국평천하를 하겠다는 건 소도 웃을 일”이라고 저격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당내 친위가 많다 보니 지지세에선 당분간 1위로 가겠지만 그만큼 국민의힘 후보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내 주자들은 이미 경제·교육·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대선 공약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윤 전 총장이 1위로서 입지를 굳히려면 ‘반(反)문재인’과 ‘공정과 상식’ 등 다소 추상적인 키워드를 넘어 자신만의 뚜렷한 국정 철학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이날 “‘버스 출발 한 달 전에 먼저 앉아 있겠다’고 한 것에 대한 의미가 상당하다”며 환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 캠프 홍정민 대변인은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 전 총장인 만큼 국민의힘에 편향된 진영논리의 대변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추미애 경선 후보도 “오늘의 입당은 스스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징계 사유의 정당성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