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합류하면서 야권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당내 인사 접촉을 넓히며 당내 지지세력 확장에 본격 나섰다. 반면 기존 후보들은 대여 투쟁력을 강조하면서 경선을 염두에 둔 집토끼 잡기 행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여권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1위 후보를 향한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30∼31일 당내 경선 후보자 접수를 시작으로 경선버스에 시동을 건다. 이날까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 의사를 밝힌 주자는 김태호·박진·심동보·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석열·윤희숙·장기표·장성민·최재형·하태경·홍준표·황교안(가나다순·직함 생략) 등 14명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포함하면 범야권 후보만 16명에 달한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15일 1차 예비경선(컷오프)으로 8명, 2차 컷오프로 4명의 후보를 추린 뒤 11월 9일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
금 전 의원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경선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되자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최근 제3지대 세력화를 모색해온 금 전 의원이 이날 윤 전 총장과 회동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측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앞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으로부터 캠프 합류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을 찾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을 만나 정부의 방역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코로나19 피해자들에 대해서 균형 있는 보상이 되어주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실제 피해를 겪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돈을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준다는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치적인 매표행위”라고 성토했다.
최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변형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사이비 분배정책을 내놓고서 성장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이 후보의 생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 전 원장은 현 정부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를 상대로 연일 날을 세우며 보수 후보로서 정체성 알리기에 매진 중이다.
윤 전 총장의 입당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당내 후보들은 서서히 견제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MBN에 출연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 대해 “두 분이 다 평생 검사·판사를 해오셨고 정치를 처음 하는 분들이 아닌가”라며 “신비주의 베일을 벗기 시작하면 지지율은 충분히 출렁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캠프에서는 윤 전 총장과 당내 경선에 대비해 검증을 위한 별도의 인력을 꾸리는 등 네거티브전도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가 그랬듯이, 반기문이 그랬듯이 윤 전 총장도 그저그런 행보가 낡은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윤 전 총장은 새로운 정책비전은 없고 구닥다리 실패한 거품 인사들의 리바이벌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윤 전 총장 측은 최근 논란이 된 ‘쥴리 벽화’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아내 김건희씨와 장모 등 가족을 겨냥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