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담화문을 놓고 정치권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훈련을 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훈련 연기를 놓고 당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청와대는 2일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군에서 밝혔듯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이라며 “정부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남북 및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 기대 시점에 훈련 중단 요구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정부는 ‘기존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종전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공식 기구나 당국자 명의의 담화, 각종 보도매체 논평 등을 통해 이를 비난하고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며 김 부부장 담화를 특별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은 오랜 기간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앞두고 한반도 상황이 꼬이면서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논의를 제안하는 통지문을 남측 연락사무소장 명의로 북한에 보냈으나 아직까지 답신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은 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 범위 등은 결국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달려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라며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우리 측에서 제시하는 연락선 복원 이후의 각종 후속조치들에 대해 협력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신연락선 연결 재개 없이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보다 극적일 뿐 아니라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남측과 미국에 실패의 원인을 떠넘길 수 있다”고 짚었다. 오는 16일 진행될 연합훈련을 앞두고 군 내부적으로 준비가 진행 중인 상황을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점을 아는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남 공세 재개를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