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이은 ‘집값 고점’ 엄포에도 전국의 아파트 매수세가 식지 않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값도 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0.28% 올라 지난주(0.2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7월 셋째주와 넷째주 연속 0.36%를 기록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이번주는 0.37%로 오르며 부동산원이 201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셋값도 여전히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1%로 나타나 지난주(0.22%)보다는 상승폭이 약간 줄었다. 수도권 전셋값은 전주와 마찬가지로 0.28% 올랐고, 서울은 0.16%에서 0.17%로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수치다.
서울 중에서는 양천구가 0.24%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방학 이사철을 맞아 인기 학군인 목동의 주요 아파트 단지로 매수세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송파구(0.24%)와 강남구(0.13%)도 학군 수요가 있는 잠실·신천동과 대치동 위주로 상승세를 유지했고, 서초구(0.19%)는 정비사업 이주수요의 영향으로 반포·서초·잠원동 등에서 전셋값이 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주택가격이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추격매수를 자제하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그럼에도 주택 매수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이미 정부의 메시지가 부동산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버블’ 우려에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서울의 상승세가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다른 지역도 따라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