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이전투구’ 볼썽사납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신경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언사가 점차 거칠어지며 막말까지 주고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싸움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합당이 무산되거나, 합당이 되더라도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합당 실무협상은 4·7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부터 계속됐지만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어 공은 양당 대표 간 담판으로 넘어갔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일대일 담판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휴가(8월 9∼13일) 전까지를 합당 시한으로 못 박으며 갈등이 격화됐다. 양측이 상대방을 합당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면 역지사지의 자세로 언어 사용에도 금도를 지켜야 한다.

이 대표는 안 대표가 자신을 일본군 전범에 빗댄 것과 관련해 어제 “국민의힘이 2차 대전 때 일본군 정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예스냐 노냐, 기냐 아니냐, 할 거냐 말 거냐 질문했더니 상대를 일본군 전범으로 연상했다는 것은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이라고 직격했다. 앞서 안 대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영국군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낼 때 ‘예스까? 노까?(항복할래? 안 할래?)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 대표가) 설마 그런 의도로 (말을) 했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측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로 작정한 듯 험구를 불사한다. ‘마이너스 통합’ ‘말장난’ ‘뜬구름’ ‘저주’ 등 거친 말들을 주고받았다.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철부지 애송이도 제압해야 한다”라는 말까지 했다. 권은희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일부 인사는 안 대표의 대선 독자 출마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한배를 탈 생각이라면 감정의 골이 너무 깊게 파이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정당 대 정당의 합당은 고도의 정치력과 인내, 포용력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합당 선언문까지 작성하고도 지분 배분을 놓고 다시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합당은 지난한 작업이다. 두 야당 인사들 모두 야권이 분열되면 내년 대선 승리는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 않나. 힘의 우위에 있는 국민의힘이 약자를 너무 몰아치거나 인색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당도 과도한 피해의식은 금물이다. 양 당은 너무 자존심만을 내세우지 말고 적당한 명분을 찾아 서둘러 합당 신경전을 끝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