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5개월 만에 20% 밑으로 급락했다. 최근 ‘주 120시간 근무’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등 잇단 실언과 준비 부족 노출, 지도부 패싱을 둘러싼 당내 공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캠프는 ‘레드팀’을 가동해 설화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6일 한국갤럽은 지난 3∼5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자유응답)라고 물었더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25%, 윤 전 총장이 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달 같은 조사 대비 1%포인트가 올랐고, 윤 전 총장은 한 달 만에 6%포인트 급락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 전 총장 측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의 입당 과정과 당 지도부 행사 불참 등으로 불거진 ‘패싱 논란’을 놓고 기싸움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조인 출신으로 대선에 직행했다 실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반면교사 대상으로 언급하며 “이 전 총재 중심으로 선거 치르던 게 ‘후보 중심 선거’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이 후보 중심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 보인다’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선 윤 전 총장 측과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주관한 경선 예비후보 봉사활동과 대선 예비후보 간담회 행사에 대해 “당 대표가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 “제왕적 갑질이다”는 반발이 나왔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다. 당 지도부가 아니다”면서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고 빗댔다. 당내 1강 주자인 윤 전 총장을 다른 후보들과 동급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자 이 대표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주자 중 지지율 2위인 최재형 전 원장은 이날 ‘보수의 텃밭’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또 지역 언론·청년 CEO 등을 만나며 당심 잡기에 매진했다. 최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용단을 오늘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전 원장 캠프에 합류하는 전·현직 의원들의 숫자도 불어나고 있다. 최 전 원장 캠프는 이날 3선의 박대출·조해진 의원을 각각 전략총괄본부장, 기획총괄본부장에 임명했다. 또 박수영·조태용·정경희·조명희·이종성·서정숙·김미애 의원 등이 캠프에 합류했다. 본격적인 ‘친최’(친최재형) 의원들이 활동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4선을 지낸 오제세 전 의원을 비롯한 전직 의원 40명도 이날 최 전 원장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