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북간첩단, 국정원 요원들 실명도 알아냈다

2일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의 국내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이다 구속된 청주지역 활동가들이 자신들을 수사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실명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종합하면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 5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 등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다이어리를 확보했다.

 

다이어리에는 “중국 왜 갔냐, 캄보디아 아냐, 한국사회변혁/전혁조직, 총책임자 역할, 스테가노그라피 프로그램 아냐” 등 수사기관이 참고인으로 조직원을 신문했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의 실명과 성별을 특정해 메모한 내용도 담겼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들이 참고인 조사 사실을 인지한 직후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들은 A씨의 주거지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중국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위챗으로 메시지를 보내 압수수색 진행 상황을 서로 공유·전달했다.

 

구속된 B씨는 압수수색 당시 지령문과 대북보고문 암호화 파일을 저장해놓은 64기가바이트(GB) 분량의 이동식저장장치(USB)와 SD카드 등 대북통신에 필요한 장치들을 ‘은박지·테이프-지퍼락 비닐봉투-테이프로 밀봉된 편지봉투-서류봉투’ 등 4중으로 밀봉해 이불 사이에 숨겨놓았다가 적발됐다. 수사기관은 B씨가 숨긴 USB에서 최소 100여개가 넘는 파일들이 삭제된 흔적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또 주거지 압수수색 직전에 노트북으로 디지털 암호화 기법인 ‘스테가노그라피’ 프로그램으로 암호화된 파일의 확장자와 동일한 파일 총 30개를 삭제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USB에서 지령문과 보고문 등 삭제 시도한 7개 파일은 암호화 파일로 발견됐지만 나머지 23개 파일은 발견되지 않아 결국 인멸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총 24GB 분량의 USB 3개를 주거지 압수수색 전에 포맷한 정황도 드러났다.

 

불구속된 C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때에는 공장초기화돼 모든 정보가 삭제돼 복구가 불가능한 스마트폰이 발견되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확보하고자 했던 노트북이나 USB는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