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노래 대행진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위기에 처한 뮤지컬 극장가를 구할 수 있을까. 국민 애창곡 반열에 오른 노래들로 꽉 채워진 주크박스 뮤지컬이 관객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사랑은 비를 타고(1952)’에서 시작해 ‘맘마미아(199)’에서 흥행 신기원을 이룬 주크박스 뮤지컬. 추억이 담긴 명곡은 과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한다. 하지만 노래에 꿰맞춘 빈약한 이야기 때문에 관객 외면을 받은 작품도 적지 않다. 초·재연 등을 거쳐 관객 선택을 받고 다시 막 오른 주크박스 뮤지컬을 소개한다.
◆‘붉은 노을’에서 ‘옛사랑’까지, ‘광화문연가’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사랑했어요’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가객 김현식 노래로 만들어진다. 1990년 32세 나이로 요절한 김현식은 독특한 창법의 호소력 강한 가창력과 자신만의 뚜렷한 색채의 음악 스타일로 기억된다. 점점 나빠지는 건강 상태 탓에 목소리 역시 갈수록 탁해졌는데, 그것이 오히려 매력이 됐다. 록, 발라드, 펑키 등 한국적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1980년대부터 죽기 직전까지 독보적 인기를 누렸고, 여러 아티스트가 그의 노래를 다시 부른 ‘가수들이 더 좋아했던 가수’다.
뮤지컬은 ‘가객 김현식’만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다. 여린 감성을 지닌 고독한 싱어송라이터로 50대 후반의 성공한 대한민국의 가수 ‘이준혁’의 사랑 이야기다. 2019년 초연작을 수정, 보완했다. 조장혁, 플라워 고유진, 세븐 등 가수들이 대거 나온다.
특히 김현식 노래들이 원곡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다채로운 편곡으로 새로운 생명력이 더해졌다. 먼저 그의 대표곡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앙상블들의 하모니와 안무가 어우러지며 새롭게 표현될 예정이다.
타이틀곡인 ‘사랑했어요’는 1984년 발매된 김현식 2집 수록곡.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던 1집과 다르게 큰 성공을 거두며 김현식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곡이다. 작품 속에서는 과거 이준혁 역의 고유진, 홍경인, 김용진 목소리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요즘도 비오는 날이면 라디오 방송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비처럼 음악처럼’도 들을 수 있다. 비가 오는 날 연인과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비유하는 시적인 가사와 도입부부터 가슴을 적시는 멜로디가 눈길을 끈다. 1986년 발매된 3집에 포함된 곡이다. ‘김현식’하면 많은 이에게 떠오르는 노래인 ‘내 사랑 내 곁에’는 이번 시즌 새로 추가됐다. 사후 발매된 6집에 수록되어 1991년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8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신중현의 ‘미인'
뮤지컬 ‘미인’은 1960년대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음악의 자유를 노래했던 신중현의 음악을 1930년대 일제 강점기 경성의 극장 ‘하륜관’으로 옮긴 작품이다. 시로, 노래로,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저항한 아름다운 청춘들의 모습을 그린다.
유랑극단을 쫓아다니며 노래하기 좋아하는 굴다리패 막내 ‘강호’와 일본 대학에 장학생으로 합격한 인텔리 형 ‘강산’, 독립단원으로 활동하는 시인 ‘병연’, 강산·강호 형제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행동대장 ‘두치’ 등 희망이 필요했던 시대를 살아간 청춘의 자유와 열정을 기록한다.
신중현은 ‘한국 록의 대부’로 통하는 거장. 미8군 무대에서 음악을 시작해 1958년 첫 음반 ‘히키신 기타 멜로디’를 발표한 그는 ‘미인’을 초연한 해인 2018년 데뷔 60주년을 맞이했다. ‘신중현 사단’으로 불린 김추자, 펄 시스터즈, 박인수, 김완선 등의 노래도 들어간다.
2018년 초연 때는 중대형 극장에서 공연됐는데 이번엔 소극장 무대로 옮긴 만큼 더 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억압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에 집중하고, 주요 인물 4인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멀티 앙상블 2인으로 구성하며, 2막에서 단막 구조로의 변화도 시도한다. ‘미인’을 비롯해 ‘님아’ ‘봄비’ ‘빗속의 여인’ ‘아름다운 강산’ 등 신중현의 명곡들로 채워진다.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1관에서 9월 15일부터 12월 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