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제주도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조수석에 앉아있던 연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9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4·경기)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한 도로에서 음주 후 오픈 렌터카에 연인이었던 B씨를 조수석에 태워 운전하다가 도로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B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10개월간 병상에 누워있다가 결국 숨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의 고의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에서는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고 이 영상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A씨가 B씨에게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측은 “A씨가 B씨에게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했고, B씨가 ‘응’이라고 대답하자 A씨는 곧바로 차 속도를 올렸다”며 “이는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확인한 뒤 무리한 주행을 해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A씨의 음주운전은 인정하지만 A씨와 B씨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로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경찰에서는 단순 음주사건이었던 것이 유족들이 진정하면서 죄명이 바뀌었다”며 “(음주상태라는)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라면을 사러 가는 길에 살인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으며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의 생명도 위험한데 고의로 사고를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고 발생 0.5초전 차량에 브레이크가 걸린 점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우선 검찰 측은 A씨가 사고 발생 5초 전 시속 86㎞/h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 시속 114㎞까지 속도를 올린 뒤 시속 92㎞의 상태에서 도로 연석과 경운기를 들이받았다고 밝히면서 사고 발생 0.5초 전 브레이크가 걸리긴 했지만 이는 A씨가 직접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아닌 ABS(Anti-lock Brake System·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A씨 변호인은 “분석 자료를 보면 A씨는 사고 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감속이 되지 않은 것으로, 사고 바로 직전에는 브레이크도 밟아 ABS 브레이크까지 작동했다”며 “사고 직전 제동이 걸리고, 핸들이 왼쪽으로 틀어진 데이터가 있다”고 피력했다.
오는 9월 13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리는 3차 공판에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B씨의 어머니와 친언니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의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오픈 렌터카인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을 몰다 교통사고를 내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