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를 동시에 겨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10일 담화는 연합훈련의 규모 축소로 만족할 수 없고,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규정하는 연합훈련이 지속되는 한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이번 담화에서 원색적 비난을 줄이고 수위를 조절한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北 “연습 규모가 어떻든 핵전쟁 예비연습”
◆남북, 북·미 대화 재개 쉽지 않을 듯… 수위 조절 흔적
통신연락선 재개 이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정상회담까지 거론됐던 것이 무색하게 남북, 북·미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김 부부장이) 대화조건 제시를 재차 강조하고 ‘강대강’, ‘선대선’ 비례적 움직임을 한 치 양보 없이 계속할 것임을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김 부부장은 남측을 향해서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현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하며 만남 자체에 조건을 걸지 않을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명확한 만남의 조건을 원하는 것이다. 북·미 대화 재개 역시 쉽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미국의 반응도 원론적 입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부부장 담화가 원색적 비난 수위를 줄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대화의 여지는 남겼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차 연구위원은 “훈련 전과 시작 직후 모두 김여정 담화로 비판한 북한의 반응은 예년에 비해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으나, 김여정 담화 특유의 독설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날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등을 통한 오전 개시통화는 정상적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