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서 모셔온 父 몸에 난 상처..." 코로나 장기화에 노인학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되면서 가족과의 면회 단절과 거리두기 강화로 고립감이 심화된 요양시설 노인들의 학대 피해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1일 한국일보는 경기도에 사는 A씨가 9일 경기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45일 만에 집으로 모셔온 아버지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울분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아버지 몸 곳곳에 생긴 상처와 멍 자국, 무언가에 묶인 자국이 선명한 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는 것은 물론 항문 상태도 입원 전과 비교해 엉망이었다고 전했다.

 

17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는 오른쪽 편마비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정신은 온전했다. 이에 A씨는 병원 측의 방임 의혹도 제기했다. 입원 당시 주 1회 이상 목욕을 시켜준다고 했으나, 입원 한 달 반 동안 목욕은 단 2회, 별도로 머리만 감겨준 적은 아예 없다고 전했다. 심지어 아버지는 환자 4명이 간병인 1명에게 돌봄을 받는 병실에 입원해 있었고 전담 간병인이 없어 한동안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인들이 머무는 요양원에서의 학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6월 제주의 한 요양원에 입원한 70대 할머니는 입소 9개월 만에 세 차례나 낙상 사고를 당해 왼쪽 눈 등에 부상을 입었고 몸무게도 7kg이나 빠졌다. 특히 해당 사고는 요양원 측이 낙상의 위험이 큰 할머니에 대해 조치를 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한 개 그릇에 밥과 반찬, 국물까지 부어 잡탕처럼 배식한 사실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다. 제주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 요양원을 방임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것을 검토 중이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원도 지난 3월 70대 환자를 침상이나 휠체어에 묶어둔 채 잠을 자거나 식사를 하도록 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해 행정처분을 받았다.

 

노인장기요양법 시행규칙에는 수급자의 신체 또는 정서적 학대가 발생한 노인시설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까지 내릴 수 있지만, 학대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가족 면회가 제한되면서 노인들이 더욱 학대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간병인들이 코로나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요양병원 근무를 꺼리는 것도 노인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전국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2019년 5243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6259건으로 19.4% 급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