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접종 늦춰지자 학교 현장 ‘혼란’… 등교수업 차질 우려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교직원 2차 접종 연기
17일부터 중·고교 개학… 각 학교 ‘발등에 불’
교총 “접종 완료 개학 후인데 등교 확대만 발표”
일정 조정·수업일수 감축 등 보완책 마련 요구
11일 여름방학 기간 중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 모습. 뉴스1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최모(54)씨는 이달 19일로 예정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이 2주 늦은 다음 달 2일로 연기된 것을 확인하고 크게 당황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최씨는 2학기 개학인 8월 말 이전에 2차 접종을 완료할 수 있었지만 2차 접종 연기로 개학 이후에야 2차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씨는 “2차 접종이 1차보다 후유증이 크다는 얘기가 많은데 1차 때도 이미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렸던 터라 2차 접종 후 수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된다”며 “같은 학교 교사들이 하루 이틀 간격으로 거의 같은 시기에 백신을 맞은 터라 모두 개학 이후 2차 접종을 받게 돼 수업 대안을 마련하느라 온 학교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모더나 백신 공급에 빨간불이 켜지며 상당수 교직원의 2차 접종이 2학기 개학 이후로 밀려 교육 현장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학습 격차 등을 우려해 2학기 등교 확대 기조를 가능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교직원 백신 접종 연기로 2학기 등교수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모더나 공급 차질에 교직원 백신 접종 간격 5주로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3∼6학년과 중학교 교직원 백신 접종 간격이 기존 3주에서 5주로 늘어났다. 모더나 백신의 8월 국내 공급량이 예고된 850만 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탓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9일 “최근 모더나 측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회분보다 절반 이하인 물량이 공급될 예정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까지 예정된 1차 접종은 계획대로 진행하되 이달 16일 이후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 2차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 간격을 늘리는 임시방편을 시행키로 했다. 최대 간격은 6주지만 초등학교 3∼6학년과 중학교 교직원의 경우 2학기 개학을 고려해 5주 간격으로 2주만 늘렸다.

 

◆2학기 학사 일정 차질 불가피… 발등 불 떨어진 학교들

문제는 접종 간격이 늘어나며 개학 이후 접종을 받게 된 교사들이 많아져 학사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개학이 시작되는 17일까지는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아 2학기 학사운영 계획을 마무리 짓고 있던 학교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미 초안이 나온 2학기 학사운영 계획을 급하게 수정하는 학교들도 속출했다.

 

당장 일주일 뒤인 8월18일 개학을 앞둔 경기도의 한 중학교는 교사들의 2차 접종 후유증을 고려해 개학 직후 사흘간 교사들이 미리 촬영한 콘텐츠를 올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미리 촬영한 콘텐츠로 수업하는 주를 교사들의 2차 접종이 연기된 시기인 9월 초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11일 여름방학 기간 중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 모습. 뉴스1

이 학교 관계자는 “실시간 수업이 아닌 미리 촬영된 콘텐츠로 수업하는 시기가 학기 초가 아닌 중간으로 밀리며 학습 지속성에 관한 우려도 있긴 하다”며 “학사 일정을 수정하면서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보완책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교원단체 반발… “일정 조정·인력 지원 필요”

 

백신 접종 연기 사실이 알려진 후 교원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전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교원 백신 접종은 개학 후로 미뤄졌는데 전면 등교 추진만 발표한 셈”이라며 “방학 중 접종으로 2학기 학교방역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 계획은 구멍이 뚫리고, 결국 개학 후 접종에 직면한 학교와 교원들은 수업 결손과 학사 파행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에 따르면 교원들은 방학 중 접종이라는 점 때문에 오전에 접종 일정을 잡은 경우가 많고 학교들 역시 방학 중 완료한다는 생각으로 접종 분산을 위한 날짜 조정을 하지 않아 개학 후 특정 날짜에 접종이 몰리며 정상적인 수업과 학사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교총은 “결국 교원들은 보결 강사 등을 구하느라 전쟁을 치러야 하고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신 접종 후 아파도 병가조차 못 내고 교단에 서야 할 판”이라며 “급식종사자 접종으로 급식도 어려워질 수 있는 등 학교로서는 대처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 수급 부족으로 교직원에 대한 2차 접종 연기가 불가피하다면 전면 등교 추진도 2주 연기하는 등 일정을 조정하고 임시휴업일 지정이나 수업일수 감축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9일 온라인 개학식이 진행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교사노조연맹 역시 성명을 내고 “교원 백신 2차 접종 연기로 일선 학교의 학사운영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백신 접종으로 인한 공가와 접종 후 병가 시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교사 인력을 교육청에서 확보해 지원하는 ‘수업지원교사제’를 각 시도교육청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는 백신 접종 교직원 복무지침에 따라 학사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되 후속조치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 시 교원 복무나 학사 관련해서는 사전 안내대로 최대한 학교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접종 일정이 교사마다 겹칠 경우 임시 재량휴업이나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