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은행원이 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혁신점포를 편의점에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편의점 한 곳에 테스트용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아직 AI의 능력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금융권이 추진 중인 비대면화·디지털화 바람을 읽을 수 있는 사례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인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비대면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금융권의 디지털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거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중 인터넷뱅킹을 통한 자금이체와 대출신청 서비스 이용 건수 및 금액은 각각 전년 대비 11.9%, 20.6%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이용실적은 같은 기간 각각 18.8%, 45.2%나 늘었다.
특히 대출 서비스가 폭증한 점이 눈에 띈다. 인터넷뱅킹을 통한 대출신청 금액은 2020년 4842억원으로 전년의 1925억원보다 151.5%나 불어났다. 2017년의 1030억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은행의 돈 되는 서비스가 급격히 비대면·온라인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비대면화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은행 영업점 내 대기인원 수를 제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물리적으로 영업점 방문이 어려워진 데다가 코로나19 감염을 염려한 고객들이 내방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 내방인원을 제한해도, 내방객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업점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는 잘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거래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중장년층도 디지털로 거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용자 수가 1615만명으로, 이 중 50대 이상 이용자가 전체의 1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50대 이상 비중은 9%였다.
◆시중은행 몸집 줄이기… 고용 감소 부르나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서 시중은행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영업점 216개소를 줄였다. 5대 시중은행 영업점은 △2016년 4917개소 △2017년 4726개소 △2018년 4699개소 △2019년 4661개소 △2020년 4425개소로 빠르게 줄고 있다. 불과 4년 사이에 10곳 중 1곳(492개소)이 문을 닫은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이들 은행에서 2000명 이상이 희망퇴직했다. 은행들은 하나같이 “은행 영업점이 줄어든다고 해서 은행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희망퇴직은 매년 있었고 신규 채용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은행원들의 감소 추세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반은행의 임직원 수는 2011년 10만명에서 2016년에는 8만2300명, 2020년엔 8만1100명으로 줄었다. 영업점 감소만큼은 아니지만, 지점을 중심으로 영업해온 전통 금융사들의 인력은 시나브로 줄고 있다.
2017년 7월 출범 당시 300여명이었던 카카오뱅크 임직원 수는 올해 1000명을 넘겼고, 지난해 일자리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 표창’까지 수상했지만, 오히려 금융권 전반은 디지털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육성 전략이 일자리를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 인사들은 “이제 개인을 상대하는 소매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털어놓는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디지털화는 일자리 감소를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