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법원은 1심의 핵심 혐의를 유지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 교수에 대해서 수사와 재판 중 범행의 본질을 흐리면서 ‘남 탓’만 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 측이 지엽적인 논쟁점을 부풀리면서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장외 여론전을 펼친 점이 패착으로 귀결했다고 평가했다.
◆법원 “조 전 장관이 확인서 위조”
◆재판부, 정 교수 측 ‘남 탓’에 질책
재판부는 정 교수의 범죄와 수사와 재판 과정상 보인 태도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에 대해 “위계 행위와 위계를 준비하는 행위들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 내내 당시의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태도로 범행의 본질을 흐리면서, 한편으로는 서류를 믿은 대학 입학사정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조민씨를 동양대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보조금을 부정한 범죄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을 탓하는 태도만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더 나아가 정 교수 측이 “설득력이 있다거나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출석한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보이며 비난을 하는 것도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정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10년 전 입시제도의 스펙 쌓기를 현재의 관점에서 업무방해로 재단하는 시각이 바뀌지 않아 답답하다”며 재판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들의 관련 입장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 후보는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보낸다. 괴로운 시간을 견디시는 조 전 장관과 함께하겠다”고 응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측은 “더는 우리 정치가 ‘조국의 시간’에 갇혀서 국민의 공정과 상식을 저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의 재판 결과가 나옴에 따라 조민씨가 다닌 고려대와 부산대에서도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고려대는 “판결문을 확보해 검토한 후 학사운영 규정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는 1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조민씨 입시 의혹에 대해 최종 결정을 대학본부에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