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이후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같은 전용면적에서도 보증금이 제각기 다른 다중가격 현상이 보편화하는 상황이다.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수억원씩 차이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을 넘어 최근에는 ‘삼중가격’까지 속출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84㎡)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보증금 5억원대와 8억원대, 11억원대에 각각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보증금 8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지난달 13일과 28일에는 각각 보증금 11억원과 5억8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불과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전셋값이 2배 가까이 널뛰기를 한 셈이다.
서울의 다른 단지에서도 이 같은 삼중가격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84㎡의) 지난달 모두 5건의 전세 계약이 신고됐다. 10억원대와 5억원대 계약이 각 2건이었고, 1건은 보증금 7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성사됐다. 같은 단지의 같은 면적에서 2배 넘게 가격 차가 벌어졌다.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84㎡)도 지난달에만 보증금 11억원, 8억5000만원, 7억300만원으로 제각각 다른 가격대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으로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다 보니, 예상과 다르게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그다음 신규 계약 때 더 많이 오른 보증금을 부담해야 하니 세입자 입장에서도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월세 공급을 늘리지 않는 임대차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