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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의료체계 무너지는데 ‘文케어’ 자화자찬이라니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발표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지 4년이 흘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문케어’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지난해 말까지 3700만명의 국민이 9조2000억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건보 보장 범위는 대폭 확대하면서 재정은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한가한 인식이다. 오죽하면 야당 원내대표가 “국민 건강이 위협받은 시국에 자화자찬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정권”이라고 했을까.

당장 재정이 성할 리 없다. 과거 7년간 흑자를 냈던 건강보험기금은 문케어가 시행된 2018년부터 내리 3년간 적자를 냈다. 그 사이 누적 적립금도 20조6000억원에서 17조41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동네의원을 찾는 소아·청소년과·호흡기 환자가 급감해 감소폭이 줄어든 게 이 정도다. 건강보험료가 2017년 6.12%에서 올해 6.86%로 올랐지만 해마다 폭주하는 지출을 감당할 길이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이 기금이 2026년쯤 바닥날 것으로 예측했다. 과잉진료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문케어가 전체 의료비를 늘리고 민간보험 수익성도 악화시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간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액이 최근 4년간 7조3000억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코로나 4차 유행 탓에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인데 문 정부는 ‘보여주기 쇼’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어제 신규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했고 위중증 환자도 13일째 300명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의 전파력과 방역 수준에 비춰 볼 때 8월 말이나 9월 초 하루 확진자가 5000∼6000명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74%, 중환자 병상은 63%나 차 추가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이 코로나 방역의 최후방 수비수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다”면서 “건보 보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예방과 진단, 치료 및 백신 접종비용도 모자라 급여항목까지 더 늘리는 게 지속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건보재정 파탄은 온전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게 뻔하다. 이제라도 문케어가 양산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퍼주기식 건보정책도 중단하기 바란다. 지금은 의료·방역역량을 총동원해 4차 유행 확산을 막는 일이 화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