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2일 사흘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조성한 한반도 긴장국면을 풀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북한이 전날까지 연일 대남 비난전을 강화한 가운데 이날 임기를 시작한 홍현익 신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에 대한 다소 정제되지 않은 시각을 드러내면서 비판을 야기했다.
◆北, 대남 비방전 강화의 또 다른 속내는
아울러 북한은 이번 담화문을 내부에도 공개하면서 긴장을 조성하고 사상 결속에도 활용하는 모양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담화를 2면 상단에 게재했다. 앞서 북 내부를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TV도 담화를 공개한 바 있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심과 위기에 맞설 의지를 심어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북한이 내부 통제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 비난이라는 카드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정국에도 1월 8차 당 대회 이후 지금까지 각종 대회와 회의를 통해 ‘자력갱생’과 ‘사상투쟁’을 강조했지만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내부 통제를 위해서 북한에 역시 익숙한 긴장 고조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원장은 “연합훈련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가 “北에 호의 필요 없다” 발언
북한의 의도대로 남한 내의 남남갈등이 고조된 와중에 홍현익 원장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비판을 야기했다. 홍 원장은 이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에 대해 “이제는 우리가 더 이상 호의를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임기 첫날인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참수훈련이라든지 선제공격이라든지 북한 점령작전을 이번주에 해버리자”며 호전적인 주장도 던졌다. 그는 “북한이 군사도발까지 지금 예정하는 것은 거꾸로 북한의 초초함”이라며 북한 내부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으니까 오히려 상당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벼랑 끝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연합훈련 개시 이후 이틀 연속 담화를 내면서 대남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해 우리도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읽힌다. 이날 발언만 보면 신임 외교원장의 대북관은 명확하다.
하지만 연합훈련이 시작되기 며칠 전만 해도 그는 “반드시 (연합)훈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혀 문재인정권의 ‘코드 맞추기’라는 언론 비판을 받았다. 홍 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훈련을 하면 북한에 도발 명분을 준다”며 “남북간에 화해 협력도 가고, 한·미 공조도 가자는 측면에서 몇몇 내용의 훈련은 이번에 한번 자제해주는 게 좋지 않겠나(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외교관들을 양성해야 할 국립외교원의 장으로서 발언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