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 것은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영역이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다음날 활기찬 일상을 보낼 수 있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잤을 경우 수면 부족 상태로 하루 종일 졸음과 피로감, 의욕 상실 등으로 일상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경우를 우리는 ‘불면증’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불면증이 의심될 때는 침실에서 시계부터 치워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사람들은 보통 잠이 오지 않거나 새벽에 깼을 때 시계를 보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얼마나 더 잘 수 있을지 확인한다. 하지만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는 행동은 뇌를 각성시켜 잠드는 것을 더욱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불면증은 충분히 잘 기회와 시간이 있는 데도 잠들기 힘든 ‘입면 장애’와 잠에 들긴 하지만 자는 도중 자꾸 깨거나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유지 장애’를 뜻한다. 혹은 두 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때도 불면증에 걸렸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는 “불면증은 스트레스나 걱정 등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잠이 들기 힘들거나, 중간에 많이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깨거나 하는 증상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3개월 이상 지속해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불면증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보통 ‘수면제’를 처방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적’ 치료다.
이 교수는 “불면이 만성화되면 침대에서 잠들지도 못한 채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이렇게 되면 침대와 각성이 ‘짝꿍’이 된다”며 “졸릴 때만 잠자리로 가고, 자지 못할 경우 침대를 벗어나는 습관을 들여 침대와 잠을 짝지어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 불면증 환자들이 가진 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면증 환자들은 오랫동안 불면의 시간을 거치다 보니 ‘오늘도 또 못 자겠구나’라고 막연히 불안해하는데 이를 떨쳐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수면 제한 요법으로 스스로 잠드는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잠에 대한 잘못된 인지를 교정하고 불안도 해소해야 한다”며 “잠을 자지 못할까 봐 긴장하는 환자들은 복식호흡 등으로 몸을 이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초기에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면제 없이도 잠들 수 있도록 비약물적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수면제를 지속해서 복용할 경우 약이 없으면 스스로 잠들 수 없을 것 같은 ‘심리적 의존’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불면증을 ‘손님’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가 떠나가기도 하고 언젠가는 또다시 올 수도 있는 손님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다만 불면증 환자 중에서도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을 동반하고 있으면 불면증뿐만 아니라 신체 질환 역시 치료해야만 전반적인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다. 몇 시간 이상을 반드시 자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도리어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 낮에는 햇빛도 보고 활동도 하면서 생활을 하다가 저녁에는 차츰 이완의 단계로 접어들며 잠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하루에 커피를 자주 마시는 등 과도한 카페인 섭취나 음주는 피해야 하고, 낮에 지나치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생활해서는 안된다. 노인 중에 낮에 불을 끄고 생활하는 분들이 많은데 수면 장애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