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부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사업이 주로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에 편중돼 있다 보니 과거에도 여러 번 글로벌 메모리 업황에 따라 실적 희비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다면서도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거듭했던 D램 가격이 연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 12일 ‘메모리 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한 반도체 수요가 조금씩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내년부터 역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 72조8578억원 중 메모리 매출이 55조5442억원으로 76.2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매출 31조9000억원 가운데 메모리 비중은 94 수준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메모리 업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시기였던 2017~2018년 2년 연속으로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3개 지표에서 최대치를 경신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러나 메모리 하락국면으로 접어든 2019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SK하이닉스도 2017~2018년 매출·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19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3.3%, 87 줄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메모리 업황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면서도, 안정된 수익을 내고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사업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목표를 발표했다. 기존 메모리 편중에서 벗어나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와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하면서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대대적으로 고삐를 조이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총수 부재로 지지부진했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이 5월에 발표한 뒤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기존 D램에 편중됐던 메모리 사업에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결정하고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투자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